마음을 하나로 집중하여 삼매를 이루는 사마타 수행의 한계는 진리를 깨닫는데 있어 반드시 갖추어야 될 지혜를 낳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마치 몸이 아무리 건강해도 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제 아무리 뼈를 깎는 수행을 하여 수승한 경지에 올랐다 하더라도 지혜가 열리지 않으면 존재의 실상을 바로 알지 못하게 되며 생로병사를 비롯한 일체의 괴로움도 해결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지혜를 얻으려면 위빠사나를 함께 닦아야 합니다. 경전에서는 위빠사나를 부처님이 실천하신 수행법이며 깨달음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설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꿰뚫어 본다’는 뜻으로 한자로는 ‘관(觀)’ 혹은 ‘조견(照見)’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빠사나 수행에서 꿰뚫어 보아야할 대상은 무엇이고 얻어지는 지혜는 무엇이며 깨달아야 될 내용은 무엇인가?
먼저 위빠사나 수행의 대상은 자신의 몸과 느낌과 마음과 법인 신(身) 수(受) 심(心) 법(法)입니다. 이를 4념처 수행이라고도 합니다. 수행자는 우선 몸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들 예컨대 호흡, 걸음걸이, 손놀림, 눈 깜박거림 등 수많은 작용들을 빠짐없이 관찰하는 것을 시작으로 괴로운 느낌, 즐거운 느낌, 무덤덤한 느낌 등을 관찰하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감정과 생각들 그리고 더 나아가 5온, 12처, 4성제와 같은 법의 이치를 관찰해 갑니다. 물론 이 위빠사나 수행시 스승이나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겠지만 부처님께서는 누구든지 단 7일만 닦아도 성인의 과위를 이루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다음으로 위빠사나에 의해 얻어지는 지혜로는 10 가지로 청정을 이루는 지혜, 존재의 생멸을 아는 지혜, 존재의 무너짐을 아는 지혜, 두려움을 극복하는 지혜, 세간의 위험스러움을 아는 지혜, 존재를 싫어하는 지혜, 해탈하기를 원하는 지혜, 깊이 숙고하는 지혜, 평온의 지혜, 장애 받지 않는 수순의 지혜입니다.
수행자가 위빠사나를 닦게 되면 이 10 가지의 지혜를 얻게 되고 그 힘으로 수행자는 자아의 세 가지 특성 즉 3법인으로서의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와 고(苦)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3법인을 깨닫게 되면, 수행자는 일체의 장애로부터 벗어나 해탈을 이뤄 다시는 생사에 윤회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사마타는 지혜를 수반하지 못하지만 위빠사나에 의해 얻어진 지혜 속에는 반드시 사마타의 경지가 포함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그 가운데 집중하는 수행이 수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불교수행은 지관(止觀)이 함께 하는 것으로 사마타는 위빠사나로 전환되어야만하고 위빠사나는 사마타를 포함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이 부처님께서 직접적으로 수행한 방법이라 하여 사마타 수행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경전에 의거해 볼 때 사마타 수행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위빠사나 수행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