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장하고 자랑스럽다. 또한 면목없고 부끄럽다. 한 고등학생의 학내 종교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처절한, 그러면서도 의연한 투쟁이 결실을 맺어 자신 뿐 아니라 전교생의 예배 참석 자유를 확보해 주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모두가 이렇게 느낄 수 밖에 없다. 누구나 느끼면서도 그저 어물쩡 넘어갔던 문제에 단호하게 자신의 양심에 따라, 또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나설 수 있었던 그 용기가 이러한 쾌거를 이루었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통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왔던 기성세대들, 그 가운데서도 종교 지도자들은 과연 무엇을 해 왔는지 돌아보면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종교 간의 갈등이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을 마치 포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고 착각하는 많은 종교인이 있기에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이 갈등이 표출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강의석 군은 종교의 자유란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그러하기에 다른 이의 종교 자유를 방해하거나 침해하는 포교 행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만 천하에 선언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교육현장에서 벌어진,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그러한 잘못을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해준 강군의 투쟁은 더더욱 높이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이 일이 기독교계 학교에서 일어났다고 하여 기독교계가 위축되거나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올바른 선교의 길을 걷도록 해준 강군에게 감사하여야 할 일이다.
또한 불교계도 이 일을 공격적인 개신교의 선교에 대한 경종으로만 여기면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안일하게 있어서는 안된다.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성을 지니고 있는 불교의 특성을 발휘하여 다원종교 사회에서 각 종교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화합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길을 새롭게 제시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강의석 군이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또 그가 이루어낸 값진 승리가 모든 교육기관과 공공 기관에서의 종교자유를 보장하는 귀중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