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살리 도시에 암라팔리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여인의 신분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좀 분분합니다만 자신의 미모를 팔아서 큰 돈을 번 여인이라는 점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 여인이 어느 날 자신의 소유인 암라팔리 동산에 부처님이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머물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녀는 아름답게 차려입고 수레를 타고서 부처님을 뵈러 동산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좋은 가르침을 받은 뒤에 다음 날 자신의 집으로 부처님과 5백 명의 비구승을 초청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침묵으로 초대를 받아들이자 그녀는 기쁨에 들떠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도중에 그녀는 그 도시의 이름 있는 집안의 청년들 5백 명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들도 역시 부처님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집으로 초청하려고 동산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 청년들은 부처님 계신 동산 쪽에서 여자가 급히 수레를 몰고 나오는 것을 보자 좀 언짢아졌습니다. 그녀가 암라팔리인 것을 알아채고서 위엄 있게 짐짓 물었습니다.
“그대는 여자라면 수줍게 지내야 할 것인데 어찌 거칠게 수레를 몰며 성 안으로 달려가는가?”
암라팔리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내일 부처님과 비구스님들을 초청하였습니다. 그래서 공양 준비를 하려고 서둘러 성안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청년들은 안색이 바뀌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들 도시에 온 부처님을 가장 먼저 초대할 영광을 차지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암라팔리에게 말했습니다.
“순금 천 냥을 주겠다. 내일의 공양을 우리에게 양보해라.”
“싫습니다.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청년들은 돈의 액수를 점점 올렸습니다. 급기야 백천냥의 금화를 주겠다고까지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암라팔리는 완강하였습니다. 그녀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언제나 ‘세상 사람은 두 가지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 두 가지란 재물에 대한 희망과 목숨에 대한 희망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나의 목숨을 내일까지 보장하겠습니까? 누가 나의 재산이 영원하리라고 약속해주겠습니까? 만약 당신들 중에 그것을 보장할 사람이 있다면 내일의 초청을 양보하겠습니다.”
500 명이나 되는 청년들 가운데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습니다.
내일 일을 어찌 보장하겠습니까? 암라팔리는 청년들에게 그 한마디를 던진 뒤에 공양 준비를 하기 위해 서둘러 돌아갔습니다.(<증일아함경> 제10권 19.권청품)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참으로 다양한 기회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인생의 굽이굽이를 돌 때마다 훈장도 주고 상처도 주면서 우리를 키워갑니다. 안타까운 것은 어떤 기회가 닥쳤을 때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차 모른 채 그냥 흘려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불교신자라면 적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행운을 다른 이에게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 될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부처님을 만나는 일이고 법을 듣는 일일 것입니다. 선업을 쌓고 복을 지어서 돌아오는 과보라면 함께 나누고 양보해야겠지요. 하지만 내 어리석음의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기회만큼은 양보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여러분들과 만나 부처님 말씀을 나누게 된 이 기회가 지금 저에게는 참으로 크나큰 행운입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예전에 흘려보냈던 부처님 말씀을 곱씹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저에게 찾아온 이 행운을 축하하고 격려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대장경의 바다에는 지금 황금 비늘 반짝이는 싱싱한 부처님 말씀이 힘차게 노닐고 있습니다. 저는 힘껏 낚아올려 여러분의 품에 안겨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