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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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끝 테러 시대와 도병겁(刀兵劫)/동국대(경주) 불교학과
서로 죽일 생각만 하는 도병겁과 테러 닮은 꼴
상생하는 법 익히고 대량 살상무기 폐기해야

러시아 남부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인질극이 아비규환의 참상으로 막을 내리면서 온 인류에게 지울 수 없는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300여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부상당했는데 대부분의 사망자나 부상자는 어린 학생이었다. 이번 인질극을 벌인 테러리스트들은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 학생들까지 인간 방패로 삼을 정도로 잔혹했다. 정치 문제와 직접 관련도 없는 어린 학생들이 체첸의 테러리스트에 의해 인질로 붙잡혀 공포에 떨다가 폭발과 함께 희생된 것이다. 러시아는 이에 피의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지금 국제 사회는 한국의 핵 개발 가능성을 두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을 농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리 인류는 핵 폭탄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1948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 폭탄은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그 어떤 대량 살생무기보다도 강력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선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중 미국, 러시아, 중국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도발국이자 패전국인 일본은 핵 폭탄은 없지만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수십 기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북한도 핵무기 개발 의혹을 사고 있다. 가능하면 상대국의 국민을 최대한 많은 희생자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해치는 사회를 도병겁(刀兵劫)의 세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떤 것을 도병겁이라 하는가? 이때의 중생들은 다만 열 가지 악(惡)만 더하고 다시 열 가지 선(善)에 대해서는 이름도 듣지 못할 것이다. 이에 선에 대한 이름도 없는데 하물며 선을 행하는 자이겠는가? 그 때의 사람들은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며, 악을 행하는 자가 곧 공양을 얻고 남에게 존경받으며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 때의 사람들은 목숨을 마치고 나면 축생 가운데 태어나는데 마치 지금 사람들이 천상에 태어나는 것과 같다. 그 때의 사람들은 서로 만나면 해칠 마음을 품고 오직 서로 죽이려고만 하리니, 마치 사냥꾼이 저 사슴 떼를 보면 오직 죽일 마음뿐이고 착한 생각은 조금도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때로 사람이 찾아오면 두렵고 무서워 옷과 털이 거꾸로 설 것이다. 그 때 7일 동안 도검겁(刀劍劫)이 일어날 것이고, 그 때에는 사람이 손에 초목이건 기와건 돌이건 잡기만 하면 다 도검으로 변한다. 도검의 날 끝은 아주 예리해 손을 대기만 하면 모두 끊어진다. 이리저리 다니며 서로 해친다.
그 중에서 어떤 꾀 많은 사람은 칼로 서로 해치는 것을 보고는 두려워해 도망쳐 산림이나 굴 속처럼 사람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 7일 동안 숨어 있으면서 스스로 마음으로 생각한다. `나는 남을 해치지 않을 터이니 남들도 나를 해치지 말라.` 그 사람은 7일 동안 풀과 나무의 뿌리를 먹으면서 생존하다가 7일이 지난 뒤 다시 산림에서 나온다. 그 때 어떤 사람과 서로 만나게 되면 기뻐하면서 말한다. `이제서야 산 사람을 만났구나. 이제서야 산 사람을 만났구나.` 마치 부모가 오랫동안 갈라져 있던 외아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것처럼 그들도 또한 이와 같이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이 때의 사람들은 7일 동안은 서로 바라보며 울기만 하다가 또 7일 동안은 서로 즐겁게 놀면서 기뻐하고 축하한다. 그 때의 사람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다 지옥에 떨어진다. 왜냐 하면 그 사람들은 항상 성내고 서로 해치려는 마음을 품고 상대하며, 사랑하거나 어진 마음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도병겁이라고 한다.”
서로 만나기만 하면 죽일 생각부터 하고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무기로 변하는 도병겁의 사회는 폭력과 살생이 난무하는 사회에 다름 아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랑은 전혀 없고 오로지 자신의 생명만은 보존하고 타인을 죽이고자 하는 도병겁의 사람들은 지금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자행되고 전쟁주의자와 테러리스트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도병겁에서 살아 남은 사람이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절감하듯이 우리도 상생하는 법을 소중히 하고 익혀야 도병겁의 위협에서 벗어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전쟁과 테러에 의해 위협받고 있지만 부처님이 말하는 도병겁의 시대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도병겁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기존의 무기는 폐기하고 더 이상 대량살생무기를 개발하지 말아야 한다.
200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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