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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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현 스님의 스님이야기-법철 스님 (下)
천중사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명한 신여성중의 한분이었던 선암 이충실(李忠實)보살이 징병에 끌려간 아들의 무사귀환을 천지신명께 빌다가 부처님의 계시(?)를 받고 천주교에서 불교로 개종하여 창건한 사찰이다. 보통 사찰에서는 대웅전이나 천불전으로 불렸을 석가모니 부처님과 천불을 모시고 있는 전각을 천중전(天中殿)이라 이름하고 아미타불을 모신 곳은 자웅전(滋雄殿)이라 불렀다. 계시 받은 이름이라 하는데 경전의 어느 구절이 굴절되어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법화경>에 나오는 ‘하늘 가운데 하늘, 성인 가운데 성인’의 표현 등이 재료로 쓰인 것이리라. 예불을 모시고 나면 기도와 참선 및 간경 등의 시간을 갖고 날이 밝으면 도량청소 등의 울력을 하게 마련인데 법철 스님은 항상 자웅전에서 혼자 뭘 중얼거렸다. 어느 날 내가 물었다.
“무슨 기도 하셨나?”
“<금강경>이 좋아서 매일 아침에 1~2독, 밤에 1~2독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공도리(空道理)라도 얻으려고?”
“뭘요. 그것보다는 바라는 것이 있어서 그래요.”
“그게 무언데?”
“사실은 제가 삭발한 머리로 학교에 다니는데 머리 기르라는 사람이 나오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그럴 사람은 교감이나 교장 선생님뿐인데 그 분들이 지나 가다가라도 저를 쳐다보지 말라고 원을 하면서 독송하지요. 우습지요?”
그 때나 지금이나 손때가 까맣게 탄 독송용 <금강경>을 가지고 다니면서 아침저녁으로 2~3독씩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저런 사람이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이 들어서 어느 날 동료 교사들에게 물었더니 하나같이 “저희도 처음에는 느낌이 이상했어요. 옷은 어울리지도 않게 헐렁하지요, 머리는 빡빡 깎아서 어디 갔다온 분 같지요. 그랬는데 하루하루 겪으면서 한줄기 솔바람이 시원하게 우리 학교로 불어온 느낌이 들었어요. 법철 스님이 바로 솔바람이예요. 저희 교사들 모두가 순수한 심성으로 변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살짝 귀띔을 해 주는데 명절이나 휴가철에 당직, 숙직을 부탁하면 군말 없이 대신 맡아주기도 하고, 축구, 족구,테니스나 등산 등 5척 단구지만 못하는 것이 없어서 누구나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하루는 내가 종단 일로 지방 사찰에 다녀왔더니 온통 방을 어질러 놓았다가 치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도 있고, 만화책 찢어진 것도 있고… 별 것이 다 있어서 정신이 없을 지경인데 아무 표정도 없이 “우리 학교 아이들이 놀러왔는데 절에 오니 참 좋아하네요. 이틀 밤 자면서 잘 놀다 갔어요.”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절에 왔을때 물어 보았다.
“너희 선생님 어디가 좋으냐?”
“다 좋아요.” “간섭도 일체 안하시고… 항상 웃으시며 수업하세요…”
법철 스님은 어려서 중이염을 앓아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별로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스스로 곱씹는 경향이 있다. 어떤 때는 그것이 사람을 피하는 것 같기도 하여서 오해를 사기도 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는 출가한지 두어 해 지나서였다.
날이 저물거나 밤 또는 새벽을 가리지 않고 법당에 올라가 기도하고 염불하면서 목소리가 잠겨서 꽥꽥거리는데 참 보기 딱하였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아서 그냥 두었는데 열흘가량이 지나고 나서야 포근한 표정이 보여서 갑갑하여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세상을 영악하게 살아가는 데는 힘이 들지 모르지만 별로 좋은 것도 많지 않은데 다 들리지 않아서 좋아요. 사형은 들리는 것마다 다 좋나요? <육조단경>의 말씀대로 남의 허물을 보거나 말하지 말고 내 허물을 보라고 하신 가르침을 실천하기 좋은 몸이지요” 하였다.
교사생활을 하니 월급을 받는다. 지나가는 말로 쓰임새를 물었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참 가진 것이 많아요. 부처님은 삼의일발로 늘 얻어 자셨는데 우리는 한 끼니도 얻어먹지 않잖아요? 늘 그렇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급료를 받으면 세 등분으로 나눈단다. 삼분의 일은 생활비로 쓰고, 삼분의 일은 고아원이나 북한 돕기, 시민단체 후원금 등 복지기금으로 보내고, 삼분의 일은 불교인재양성에 보탬을 주기 위해 대학생불교연합회 활동을 같이 한 후배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기금으로 보낸다고 했다. 스님은 늘 허름한 승복을 걸치고 다닌다. 쓰레기통에서 만난것 같은 낡은 옷이나 잘 맞지도 않는 신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신고 다닌다.
■관악산 자운암 상임법사
200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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