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9 (음)
> 종합 > 기사보기
<37>-인욕의 달인-리마 선수와 부루나
아일랜드 정부가 지난 3일, 오는 10월에 열리는 더블린시티 마라톤 대회에 브라질의 마라톤 선수인 리마를 국빈자격으로 초청했다는 즐거운 소식이 들린다. 아일랜드 정부는 자국의 한 광신도가 저지른 죄에 유감과 반성을 표시하고자 한 것이다. 리마는 지난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다 결승선을 불과 5km 남짓 앞두고 갑자기 코스에 뛰어든 괴한에게 떠밀려 레이스를 망치고서도 동메달을 획득하였다. 리마의 경주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리마가 불상사가 없었더라면 우승하였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브라질 선수단은 즉각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항의하고 금메달 공동 수여를 요구했지만 정작 리마는 “사고가 없었다 해도 내가 우승할 수 있었는지 장담할 수 없다. 나는 3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했고 영광스러운 동메달을 받았다”고 의연히 말했다.
보통 선수였더라면 갑작스런 괴한의 방해에 직면하여 분노에 못이겨 경주를 포기하거나 괴한에게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마는 달랐다. 부당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인욕(忍辱)하며 최선을 다하여 달렸다. 그는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고 누구도 비난 받아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하였다. 방해한 사람에 대해서도 그는 전혀 악한 감정이 없다고 강조하며 만나면 포옹을 해 주고 싶다고 한다. 리마는 인욕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부루나경(富樓那經)>에 부처님의 제자인 부루나가 인욕의 좋은 본보기로 묘사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부루나를 위해 간략히 법을 설한 후 그에게 말씀하셨다. “ 너는 어디에 머무르고자 하느냐?” “서방 수로나(輸盧那)로 가서 세상에서 유행하고자 합니다.”
“수로나 사람들은 거칠고 모질며 가볍고 성급하며 못되고 사나우며 비난하기를 좋아한다. 부루나야, 네가 만일 그들의 거칠고 모질며 가볍고 성급하며 못되고 사나우며 비난하기를 좋아하며 헐뜯고 욕하는 말을 듣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세존이시여, 만일 수로나 사람들이 면전에서 거칠고 모질며 심한 말로 비난하고 헐뜯고 욕한다면, 저는 ‘저 서방의 수로나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롭다. 비록 내 앞에서 거칠고 모질며 못되고 사나우며 비난하기를 좋아하고 나를 헐뜯고 욕하지만, 그래도 손이나 돌로 나를 때리지는 않는구나’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수로나 사람들이 거칠고 모질며 가볍고 성급하며 못되고 사나워서 너를 비난하고 욕하기만 한다면 너는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다시 손이나 돌로 때린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손이나 돌로 저를 때린다면, 저는 ‘수로나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롭다. 비록 손이나 돌로 나를 때리지만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는 않는구나’ 생각할 것입니다.” “만일 그 사람들이 혹 칼이나 몽둥이로 너에게 해를 입힌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만일 그 사람들이 혹 칼이나 몽둥이로 저에게 해를 입힌다면, 저는 ‘저 수로나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롭다. 비록 칼이나 몽둥이로 내게 해를 입혔지만 죽이지는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부루나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그 사람들이 혹 너를 죽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만일 수로나 사람들이 혹 저를 죽인다면, 저는 ‘모든 세존의 제자들은 몸을 싫어하여 혹 칼로 자살하기도 하고 독약을 먹기도 하며 노끈으로 스스로 목을 매기도 하고 깊은 구덩이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서방 수로나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롭다. 썩어 무너질 나의 몸을 조그마한 방편으로써 곧 해탈하게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부루나야, 너는 인욕을 잘 배웠구나. 너는 이제 수로나 사람들 틈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제 떠나 건지지 못한 사람을 건네주고, 편안하게 하지 못한 사람을 편안하게 하며, 열반을 얻지 못한 자들에게 열반을 얻게 하라.”
선의를 가지고 대하였는데도 상대방이 자신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분노가 활활 타오른다. 말로 모함하고 비방하면 더 참기 어렵다. 부루나는 아직 욕설에 머물고 손이나 돌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착하다고 생각하며 참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죽임을 당하는 순간에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으며 착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감사해 한다고 인욕의 완성을 말하고 있다. 상대방이 어떠한 해로운 행동을 하더라도, 심지어 죽일지라도 미워하지 말고 좋게 생각하라는 가르침은 너무나 실천하기 어려운 것 같다. 다만 바라건대 지극히 사소한 일에 분노하거나 스스로 잘못 생각하여 화를 내는 일만이라도 일상생활에서 고칠수 있다면 좋겠다. 리마 선수의 아름다운 행동이 부루나 존자의 인욕행과 더불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2004-09-15
 
 
   
   
2024. 5.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