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타를 수행할 때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것은 삼매입니다. 삼매는 정(定)또는 정수(正受)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마음이 한군데로 집중되어 흐름이 멈추어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대승경전에서는 삼매를 부처님이 깨달아 누리는 완전한 경지로 설명 하려는 경향이 짙은 반면, 초기경전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단과 과정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짙습니다. 또 삼매의 종류에 있어서도 대승경전에서는 백천삼매라 하여 해인삼매, 무량의처삼매, 금강삼매, 여환삼매 등 무수한 삼매를 말하는가 하면 초기경전에서는 단계적 측면에서 근접삼매, 본삼매 등 몇 가지의 삼매만 말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사실은 대승경전에서는 사마타를 닦아 삼매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이 되어 있지 않고 초기경전에서 주로 그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경전에 있어 삼매는 그 차원에 따라 초선정에서 8선정까지 여덟 단계가 있는데 단계가 깊어질 수록 마음속에 존재하는 오개(五蓋) 즉, 감각적 욕망, 분노, 들뜸, 혼침, 나약함 다섯 가지 장애를 비롯한 갖가지 번뇌들이 정화되어 나중에는 완전한 깨달음과 흡사할 만큼의 결과를 가져오게 합니다.
초기불교의 대표적 논서라 할 수 있는 <청정도론>에 의하면 40 가지 주제를 가지고 사마타를 닦게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40 가지 주제란 10 가지 까시나, 10 가지 부정관, 10 가지 수념, 4 가지 거룩한 마음, 4 가지 무색의 경지, 음식을 관찰함, 4대 원소의 특성을 관찰함을 말합니다. 수행자는 이 가운데 자신의 기질에 맞는 주제 한 가지를 택해 집중적으로 수행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본래 까시나란 ‘주변에 가득 하다’는 의미를 지닌 용어로 마음을 집중하기 위해 얻는 일종의 도구나 대상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여기서 열 가지 까시나는 땅, 물, 불, 바람,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 흰색, 광명, 한정된 허공을 가리키며 수행자는 이들 가운데 하나의 까시나를 구하여 삼매를 얻습니다.
다음 10 가지 부정관은 시체가 변해가는 과정 가운데 10 가지 더러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상념을 키워 삼매를 얻는 방법이며 10 가지 수념은 불, 법, 승, 게, 보시, 열반, 천상, 32부정관, 수식관을 계속해서 떠올리고 집중하여 삼매를 얻는 방법입니다.
4 가지 거룩한 마음은 기쁨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킴,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킴,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킴, 평등한 마음을 일으킴으로써 삼매를 얻는 방법입니다.
4 가지 무색의 경지는 앞의 까시나 등의 수행에 의해서 얻어진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의 경지를 삼매로 삼는 방법입니다. 논서에는 사마타를 닦는 법으로 이와 같은 40 가지 주제만을 말하고 있지만 부처님이 설 하신 경전을 볼 것 같으면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사마타를 닦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사마타 수행은 반드시 더 높은 차원으로 향하는 위빠싸나 수행으로 전환돼야 한다는데 그 아쉬움이 있습니다.
<유마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