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시장 지배력이 절대화되면서, 책의 문화적 가치는 노골적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주고객층인 20~30대의 기호에 맞는 대중적인 책만이 살아남고, 전문서나 종교서적 특히 불교서적은 거의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02년 통계를 보면, 출판사 19,135개 중 1종이라도 발행 실적이 있는 출판사는 1,524에 불과하고, 발행 종수의 70%는 상위 10%의 출판사가 점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 전문 출판사의 입지는 일반 중소규모 출판사보다 더 불리하다.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매상으로부터 홀대받고, 베스트셀러 위주의 판매전략을 구사하는 대형서점에서는 사각 지대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최근 불교 전문 출판사들이 ‘불교출판문화협회’의 창립을 준비하는 것도 이에 대한 자구책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하에서 ‘불교출판문화협회’에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우선 ‘불교출판’이라는 본연만 잃지 않는다면,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기업적 성공에 진력하라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문서 포교 운운하면서 불자들의 감성에 호소하지 말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상당 부분 ‘조합’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야만 물류 일원화 같은 필요에 대응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은 물론, 통합 유통으로 생산자의 지위를 강화하면서 신생 출판사의 시장 진입을 도와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회원사간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함께하되, 같지는 말라는 것이다. 이것이 공동기획의 정신이어야 한다. 안이하게 ‘불자’를 하나의 범주로 설정하여 ‘다들 읽겠지’ 하는 허황된 기대를 버리고, 세대별·종단별·신앙정체성별로 섬세하게 접근하면서 전문성은 강화하고 중복출판은 피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서 상승 작용이 일어날 때, 일반 시장을 겨냥한 기획력이 창출될 것이다.
덕담을 생략하는 결례를 무릅쓰고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현 단계에서 협회의 기능은 회원사의 권익 신장이 아니라 ‘권익 만들기’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