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9 (음)
> 종합 > 기사보기
<36>메달 놓쳤을 때 마음이 아픈 이유/동국대(경주) 불교학과
마라톤을 끝으로 아테네 올림픽 경기가 모두 완료됐다. 200여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금메달을 향해 선전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여러 경기에서 선전해 국민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월계관을 쓴 한국 선수가 시상대에 올라 태극기를 향해 서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 감동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태극기가 천천히 공중으로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환희와 감동으로 눈엔 눈물이 고이고 가슴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쏟아진다.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만의 선수와 대만 사람들은 자국의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지 못하자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거대한 중국의 힘에 밀려 대만은 공식적으로 국가로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메달 획득은 단순히 특정 경기 종목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민족주의 내지 국가주의가 담겨 있는 것이다. 자기 민족 내지 자기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라는 신념을 스포츠를 통해 드러내고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가 다른 나라의 선수들과 상대하여 선전할 때 우리는 환호하고 즐거워한다. 밤늦게까지 지켜보았지만 전혀 피곤하지도 않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나라 선수가 어이없게 타국의 선수에게 지게되면 낙담하게 된다. 잠을 참아가며 늦은 밤까지 지켜본 것을 후회하게 되고 피로가 엄습한다. 우리나라와 관계가 좋지 못한 나라의 선수와 경기를 하게되면 감정의 굴곡이 더 심하다. 우리나라 선수의 승패에 가슴 조이며 초조해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선수가 참여하지 않은 경기를 지켜볼 땐 좀 더 여유있게 선수들의 기량과 재주를 지켜보며 즐긴다.
왜 우리나라 선수의 경기를 지켜볼 땐 가슴 조이며 다른 나라 선수끼리의 경기엔 초연할 수 있을까? 다음의 경전(잡아함경)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이 울비라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을 결박하거나 때리거나 꾸짖거나 혹 죽인다면, 네 마음에 근심·슬픔·번민·고통이 일어나겠느냐?’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이 울비라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내가 아끼는 사람이거나 원하는 사람이거나 애정을 두고 있는 이거나 서로 친한 이라면, 그가 결박되거나 맞거나, 혹 꾸짖음을 듣거나 죽임을 당할 때에, 저는 곧 근심·슬픔·번민·고통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그 중생에 대하여 내가 아끼지 않거나 원하지 않거나 애정이 없거나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그가 혹 결박되거나 맞거나, 꾸짖음을 듣거나 죽임을 당한다 한들 제가 어찌 쓸데없이 근심·슬픔·번민·고통을 일으키겠습니까?’”
촌장의 대답은 우리 중생들의 사고 방식을 잘 대변하고 있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게 되면 애를 태우고 고통스러워한다. 자신의 애정이 더 많이 간 사람일수록 그 사람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 고통이 비례하여 극심해 진다. 심지어 사랑하던 사람이 죽으면 상실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따라 죽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과 관계가 없는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이 죽더라도 자기가 정성 들여 키우던 애완견의 죽음만큼 고통스럽지 않다. 대상에 대한 애착 여부에 따라 고통의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에게 생기는 갖가지 괴로움은 모두가 다 애욕이 근본이 된다. 괴로움은 애욕에서 생기고 애욕으로 인해 쌓인다. 그러므로 촌장이여! 만일 전혀 애착이 없으면 곧 근심과 괴로움의 번뇌도 없어질 것이니라.”
애욕이나 애착은 대상을 자기 자신과 연관지어 생기는 이기적인 감정이다. 배타적인 애착심 없이 경기를 본다면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올림픽 경기는 개개인의 기량을 겨루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12세 이상 시민이라면 누구나 올림픽 선수로 참가할 수 있었는데 국가를 대표한 것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올림픽은 개인의 역량과 덕을 가리는 선의의 경쟁이었지 국가나 민족의 우열을 매기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 국제 대회에선 배타적인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휩싸이지 말고 가장 훌륭한 기량을 다투는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무슨 경기이든 우리나라 선수가 다른 나라의 선수와 경기할 때 배타적인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과 관계가 원만하지 나라와 경기할 땐 민족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포츠를 통해 배타적인 자국주의를 해소해야지 역으로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조장한다면 그런 스포츠는 하지도, 보지도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2004-09-08
 
 
   
   
2024. 5.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