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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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칭찬이나 비난에 흔들리지 말자
이번 아테네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박성현 선수가 마지막 한발을 쏘기 직전 사람들은 조마조마 가슴을 조이며 지켜보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 관중들도 불안과 희망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긴장했었는데 선수 본인의 마음은 더욱더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화살을 당기는 선수의 모습은 매우 침착하고 안정되어 있었다. 손에서 벗어난 화살은 과녁을 향해 날아가 만점을 맞혔다. 만약 선수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조금이라도 흔들렸다면 실수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메달권 진입에 실패한 선수들 중엔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라고 특별한 기대를 받았던 선수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여러 국제대회에서 세계의 그 어떤 선수보다도 뛰어난 기량을 보였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우승 기대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메달권에 나아가지도 못하고 중도에 탈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평정한 마음을 유지하지 못한데 있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의 지나친 기대나 응원, 관중의 야유가 선수에게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여 선수가 평정심을 잃게 된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요하게 되면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그런 실수는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에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경전에서 부처님을 칭찬하는 글도 찾을 수 있지만 부처님을 비방하는 외도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경전에 기록된 비방의 이야기 말고도 실제로 부처님을 면전에서 비방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외도들이 시샘하며 붓다나 그의 가르침, 그의 제자까지도 비방했었다. 부처님은 이런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응답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중아함경>의 <아리타경>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모든 사문 범지들은 나를 모함하고 비방하여 ‘사문 구담은 중생을 다룰만한 자격이 없다. 그는 진실로 범부 중생이며,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한다. 저 여래는 현재에 있어서 근심이 없다고 거짓말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여래를 몹시 욕하고 매질하고, 꾸짖더라도, 여래는 그 때문에 성내거나 미워하지 않으며, 결단코 그를 해칠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만일 사람들이 여래를 몹시 욕하고 매질하고 꾸짖으면, 그 때 여래의 마음은 어떠한가? 여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본래 만든 것이요 내가 본래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일을 당한다.’”
부처님은 외부의 비난이나 모함에 분노나 증오로 대적하지 않고 자신에게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부처님처럼 위대한 분도 자기 탓으로 돌리고 다른 이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쓴 소리가 들리면 자기 자신을 먼저 돌이켜보고 상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자기반성은 자기비하나 자기학대와 다른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이 칭찬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가르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여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고 존중하더라도, 여래는 그 때문에 반가워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으며, 마음으로 즐거워하지 않는다. 만일 다른 사람이 여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고 존중하면, 여래의 마음은 어떠한가? 여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지금 지혜가 있고 번뇌를 단절하였기 때문에 이런 보답을 받는다.’”
다른 사람의 칭찬에 기뻐하지 말고 칭찬의 근거가 되는 자질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부처님이라는 한 인간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라는 분이 가지고 있는 자질과 미덕을 칭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위험에 빠진 아이를 나의 생명을 걸고 구했다고 하자.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칭찬할 것이다. 그때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거하면 나를 칭찬했다고 기뻐하지 말고 나의 선행을 칭찬한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사회로부터 적절한 관심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던 사람이 굴복하지 않고 큰 일을 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적지 않다. 반대로 어릴 적부터 신동이라고 칭송 받으며 성장한 사람이 기대와 달리 보통 사람보다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인기를 얻은 나머지 너무 거만해져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반면에 비난이 다가 오면 분노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기도 한다. 특히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면 억울해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남이 알아주든 말든 흔들리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며 생활하라고 부처님은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이란 너무나 변하기 쉬워 그 마음에 맞추어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변덕스런 사람에게 비위를 맞추는 것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주위의 평가에 지나치게 반응하여 자기 페이스를 잃지 말고 평상심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200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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