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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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암과 조계종 정체성-성태용(건국대 교수)
무소유를 근본정신으로 하는 출가 승단이 재산을 지니게 된 것은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특성에 비추어 불가피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출가 공동체의 정재로서만 인정하고, 스님들이 사암 등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선에서 무소유의 근본정신을 최대한 지키는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청정출가승단을 표방하고 있는 조계종의 스님이 개인의 사암을 소유한다면, 그 종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타의 승단에서 여러 안전장치를 만들고, 또 긴 세월에 걸쳐 폐해를 줄이는 방편을 강구한 바탕 위에서 소유를 인정하는 것과는 다른 근본적인 정체성의 위기를 낳을 것이며, 그 폐해 또한 비교할 수 없이 크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계종 소속의 많은 스님들이 개인의 사암을 소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앙종무기관의 요직에 있는 상당수의 스님들까지도 그러하다 한다. 이는 조계종의 정체성과 청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설사암을 무조건 철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창건의 뜻이 지켜져 갈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아직 미흡할 수도 있고, 노후의 복지에 대한 보장이 없기에 사적인 사암과 신도를 통해 그것을 도모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사설사암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제도적 보완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야 하지만, 그런 것을 구실로 삼아 사설사암을 유지하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사설 사암이 있기에 오히려 모든 스님들이 무소유의 청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종단의 제도적 개혁이 늦춰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다.
조계종단은 청정 출가승단의 위상을 분명히 하여 사설사암의 종단 등록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아울러 사설사암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에만 평생을 바칠 수 있게끔 하는 제도를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 두 가지는 별개의 일이 아니지만, 사설사암의 종단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후자의 일도 바르게 시작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종단의 역량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200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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