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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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청산
목숨은 죽음을 피할 수 없고, 만난 사람은 헤어지는 괴로움이 있느니라. 수행하는 사람이 계행을 지키지 않고 삼매를 닦지 않으며, 지혜를 얻지 못하고, 해탈을 이르지 못하면 윤회의 길을 벗어날 수 없느니라. <증일아함경>

“아이고, 우리 아무개 불쌍해서 어쩌나….”
인척 동생이 갑작스런 사고사를 당해 찾아간 영안실. 분향소를 찾은 사람들이 한바탕 울음을 쏟으며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이 말이다. 한동안 영안실에 앉아 있으니 동생의 죽음만 안타깝고 애통한 게 아니었다. 나이와 신분을 떠나 누구의 죽음이든 죽음은 언제나 못다 이룬 한을 남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은 그래서 더욱 커진다.
서러운 눈물이 넘쳐나는 영안실에 앉아 우리네 삶을 생각해 본다.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죽음 뒤의 자취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거사 청산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공방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 그 뒤에 남겨지는 흔적을 여실히 관찰한다. 친일 경력에 이어 항일, 반공 재조명 등으로 과거사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사 규명은 현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처방에 불과하다. 어떤 역사학자는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가 위험하다고 했다.
영원히 묻히는 과오는 없다. 앞서 살다간 이들이 남긴 단적인 삶의 이력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행한 만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가오는 현재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엄중하게 다가오는 ‘현재’에서 과거를 넘어 미래를 여는 열쇠를 찾아야 함을 일깨우는 교훈이다.
지금 여기에서 ‘여한 없이’ ‘부끄럼 없이’ 살다 돌아갈 일이다. 영안실에 앉아 언젠가 한번은 맞이해야 할 죽음과 끝없이 윤회하는 인간사의 비애를 절감한 후, 더욱 엄중한 삶을 다짐한다. ■천미희(부산주재 기자)
200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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