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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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생각이 감정을 좌우한다/동국대(경주) 불교학과
인간은 즐거운 감정을 추구하고 괴로운 감정을 회피한다.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은 감정적 존재이다. 그런데 인간의 정서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생각이다. 즉,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감정적으로 우울해지거나 의기양양 해지는 것은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 하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나 사람 자체가 기분에 영향(좋아지거나, 나빠지거나, 상하거나…)을 미친다기 보다는, 처한 상황에서 나 자신이 그 사건이나 상대방을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설정해 보자. 철수가 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철수는 뒤척이다가 겨우 일어나 전화를 받기 위해 달려갔다. 그런데 수화기를 드는 순간 상대방이 전화를 끊었다. 너무 늦게 철수가 받은 것이었다. 철수는 이렇게 늦은 밤에 누가 전화를 걸었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간에 전화를 한 것은 시급한 일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나 형제 중에서 갑작스런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전신이 걱정과 불안으로 휩싸인다. 다시 생각을 바꾸어 외국에 있는 친구가 시차를 잘못 계산한 채 안부전화를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그 친구와 즐겁게 지내던 일이 떠올라 그가 보고 싶어진다. 철수가 전화 벨 소리를 듣고 어떻게 생각했느냐에 따라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종류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즉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다음 소개하는 경전은 전도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욕망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증일아함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부처님께서는 가란다 죽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아난(阿難)과 다기사(多耆奢)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했다. 이 때 다기사는 어떤 거리에서 한 여인을 보았는데 그녀는 세상에서 보기 드물 만큼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난 뒤 마음이 어지러워져 평상시와 같지 않았다. 다기사는 곧 아난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애욕의 불꽃이 훨훨 타올라/ 제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이 불꽃을 끌 방법 말해 주시면/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자 아난도 게송으로 대답했다. “애욕이란 전도(顚倒)된 생각으로/ 마음이 맹렬히 타오른다는 걸 알아라. 모습을 떠올리는 생각 없애버리면/ 애욕은 곧 저절로 쉬게 되리라.”
다기사는 아난의 게송을 듣고 전도된 생각을 바로 잡으려고 했다. 그 때 그 여인은 멀리서 다기사를 보고 방긋 웃었다. 다기사는 그 여인의 웃음을 보고 생각했다. “지금 그대의 몸뚱이는 뼈를 세워놓고 가죽으로 둘러싼 것이며 마치 더러운 것이 가득 담긴 화병(畵甁)과 같다. 세상 사람을 미혹하게 하고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는구나.” 존자 다기사는 그 여인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저 몸뚱이에 탐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서른여섯 가지 부위가 모두 더러운 것뿐이다. 지금 이 온갖 것들은 다 어디서 생겨났을까?” 이 때 존자는 곧 “이 탐욕은 생각(思想)에서 생겨났을 뿐이로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는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탐욕아, 너의 근본을 아나니/ 너는 생각만으로 생겨나는 것/ 내가 너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다기사는 동일한 여인에 대해 두 가지 다른 감정을 차례로 경험했다. 여인을 보고 애욕을 느낀 것은 그 여인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인을 만지거나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애욕이 발생한 것이다. 반대로 동일한 여인에 대해 아름답거나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애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또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바뀌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항상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도 없고, 상대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항상 행동하지도 않는다. 상황의 변화는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흘러간다. 우리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결국 우리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현실적인 길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수많은 사건들 때문에 우리의 감정이 영향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 사건을 해석하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타인이나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의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을 찾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에로의 전환이 즐거운 감정을 보장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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