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7 (음)
> 종합 > 기사보기
<21>성법 스님
케임브리지大 박사…영·중·일어 능통

“남한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당시 승병의 본거지로 많은 스님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쳤던 곳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역사적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내 위치한 망월사 주지 성법 스님은 잃어버린 남한산성 불교역사 찾기를 이생에서의 마지막 할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서에 이름만 전해지고 있던 망월사를 80년대 초반부터 20여년 동안 복원했고 불자들에게 남한산성이 호국불교의 산실임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1929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성법 스님은 퇴계 이황 선생의 15대 손녀로 할아버지가 이조 말 병조판서를 지낸 유학자의 집안에서 자랐지만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차례로 겪으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1953년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지장암에서 본견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월정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55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으로부터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1958년 직지사 강원 대교과를 졸업한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이 수행자의 근본이라고 생각에 유학을 결심, 중국 문화대학 동양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 대만 등지에서 공부에 매진한 스님은 1997년 영국 명문대 케임브리지대학 종교사회복지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케임브리지대학 명사록에 이름이 등재될 정도로 학문적 업적을 평가받고 있는 스님은 <불보살의 본적>, <한국불교약사> 등 20여권의 책을 직접 집필 또는 편역했다.
오랜 유학 생활로 영어, 중국어, 일어에 능통한 스님은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전법가로 유명하다. 경제적 빈곤으로 해외 포교를 생각하지도 못했던 1972년 스님은 국제 포교사로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고, 현재 상임 이사로 있는 세계불교도우의회(WFB)에도 20년 이상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일본, 대만, 중국, 인도 등의 국가와 불교문화교류 행사를 직접 개최하는 등 문화 포교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스님은 세계불교도우의회 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인도 수상 인디라 간디로부터 부처님 정골 사리 3과를 기증받아 망월사에 봉안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최근 스님은 그동안 집필한 저서들이 한문이 많아 한글세대가 읽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워 일일이 한문을 한글로 풀어쓰고 주석을 다는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젊은 불자들에게 불교를 가르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앞으로 여력이 생긴다면 청년불자 수련연구원을 만들어 어떻게 하면 젊은 불자들에게 불교를 효율적으로 홍포할 수 있을까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볼 계획입니다.”
수행자가 게으름을 알게 되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스님. 80에 가까운 세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침예불, 참선 등 수행자의 본분을 올곧게 지키고 있고 손에 항상 책을 끼고 다니신다. 스님의 모습은 마치 게으른 수행자와 불자들에게 경책을 하는 듯 하다.
김두식 기자 doobi@buddhapia.com
200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