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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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소음공해
더운 여름날이다 보니 집안의 문들을 모두 열어놓게 된다.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니 좋지만 한편으론 시끄러운 소리가 함께 들어와 짜증나게 한다. 열린 창문을 통해 온갖 종류의 소리들이 여과없이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 인근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기계 작업 소리, 아랫집에서 흘러나오는 텔레비전 소리, 계란과 과일을 사라는 광고 소리 따위가 반복된다. 새 소리나 풀벌레 소리 등 자연의 소리보다도 인간과 기계가 만들어 내는 소리가 사람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고 지치게 만든다. 요즈음 대도시의 매미 소리는 자동차 소리와 경쟁하기 위해 더 요란하게 소리를 내어 어떤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문제 중 소음 공해도 막대하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시끄러운 소리는 집중력 저하, 수면 방해, 청각 장애도 일으켜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음은 호르몬의 불균형, 심혈관의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전국을 대상으로 소음의 정도를 측정해 보니 국민 대부분이 소음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 놓여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너무나 소음에 익숙해져 있어 웬만한 소음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소음의 공격을 계속 받고 있는 것이다. 생쥐를 대상으로 소음의 피해를 조사해 보았더니 소음에 노출된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 건강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지속되는 소음은 심신을 괴롭히는 스트레스임에 분명하다.
자동차 소리 등 기계 소리도 듣기 싫지만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그렇다. 아니 어떤 경우엔 기계 소리 보다 더 듣기 싫을 때도 있다. 불평하는 소리, 거짓말 소리, 아첨하는 소리 따위는 마음을 피로하게 한다. 이런 파괴적인 말은 아니더라도 무의미한 잡담도 비생산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증일아함경>에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이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떼의 일이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식사를 마치고 모두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즉 의복·장식·음식에 관한 이야기, 이웃나라·도적·싸움에 관한 이야기, 술·음행·다섯 가지 욕망에 관한 이야기, 노래·춤·놀이·풍류에 관한 이야기 등, 이런 이야기들이 그칠 줄 몰랐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곧 보회강당으로 가서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비구들은 사실대로 조금 전 했던 이야기들을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비구들아. 그따위 이야기들은 그만 두라.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는 아무 의미도 없고 또 선법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로는 범행을 닦을 수 없고,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열반을 얻을 수 없으며, 사문의 평등한 길도 얻을 수 없느니라. 그것은 모두 세속 이야기로서 바른 길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너희들은 이미 세속을 떠나 도를 닦고 있다. 그러므로 수행을 무너뜨리는 그런 이야기를 생각할 것이 아니니라.”
우리가 흔히 몰두하는 화제는 연예인, 유명한 운동선수, 텔레비전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느 여배우가 결혼을 한다느니, 혹은 이혼을 한다느니, 어느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든지, 아무개 골프 선수의 연봉이 얼마라든지, 어느 레스토랑의 음식이 맛있다든지, 아파트 가격이 얼마 올랐다든지, 어느 지역에 사둔 땅이 대박을 터뜨렸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른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무엇인가에 불평하는 소리거나,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들이다. 부처님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번뇌에 가득찬 것으로 열반의 성취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단언하고 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만일 너희들이 이야기하고 싶거든 열 가지 법의 공덕을 이야기하라. 열 가지란 어떤 것인가? 정근하는 비구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스런 마음이 있고, 많이 들어 남을 위해 설법하며, 두려움이 없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삼매·지혜·해탈을 성취하고, 해탈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다. 만일 너희들이 이야기하고 싶으면 이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체를 윤택하게 하고, 이익 되는 바가 많으며, 범행을 닦게 하고,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함이 없는 곳에 이르게 하며, 열반의 요긴한 길이기 때문이니라.”
10가지 화제는 결국 한마디로 말하자면 게으름을 피우지 아니하고 지혜와 열반을 성취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연예인에 관한 이야기 말고 훌륭한 수행자에 관해 이야기하고, 돈 버는 이야기 대신에 열반의 성취에 관해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이야기들은 가장 큰 소음 공해에 들어갈 것이다.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200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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