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통째로 삶아버릴듯한 올 여름의 찜통 무더위는 모든 사람들을 파김치로 만들었다. 너도나도 산과 바다로 발길을 재촉했고 에어컨 등 여름상품은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날씨가 이토록 사람들을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케 했다.
말복과 입추를 지나 이제 절기는 초가을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휴가를 마치고 집과 직장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건 여전한 무더위다.
휴가의 추억을 되살려 보거나 다시 업무에 복귀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무더위는 꼬리를 내릴 줄 모른다.
직장에서의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도 좀처럼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날씨로 인해 다시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 그러나 올라간 것은 비단 기온과 스트레스만이 아니다. 가뭄으로 인해 고기에 채소를 싸 먹어야할 정도로 채소값이 뛰고 국제원유가 덕분에 기름값도 게 눈 감추듯 알 듯 모를 듯 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단순히 표현하자면 전 국민이 노는 동안 물가만 오른 셈이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 되면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휴일이 평균 1년에 절반이나 된다고 한다. 휴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일을 점차 멀리 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그 미래가 어떠할지 예상이 어렵지 않다.
만일 삶의 이유를 확인하는 재충전이라는 여름휴가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거나 ‘피서 후유증’에만 빠져 있다면 올 여름 피서는 자칫 낭비와 고생만 한 꼴이 된다.
이제 휴가는 끝났다. 날씨도 조금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인다. 언제까지 날씨만 탓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빨리 자기를 곧추세워 평상심을 되찾아야 한다.
‘평상심이 바로 도’라는 말이 있다. 도는 산이나 절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있는 것이다. 평상심을 되찾지 못하면 도를 잃게 된다. 그동안 잠시 흩어졌던 가정에서의 도, 직장에서의 도, 사람들과의 만남의 도를 이제 빨리 되찾아야 한다.
재빠른 일상으로의 회귀, 그 속에 미래가 있고 삶의 이유가 있고 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