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불은 탐욕·분노·무지의 불
三火 없애면 고통 사라지고 마음 시원
요즘 자주 사용되는 단어 중에 ‘쿨(cool)’이란 단어가 있다. ‘쿨’은 요즘의 세태와 대중문화를 설명해 주는 핵심적 코드로 유행하고 있다. 원래 ‘시원한’이란 의미의 ‘쿨’이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멋있다, 세련됐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떤 제품을 소비하면 쿨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광고까지 나오고 있다. ‘쿨’이란 단어는 인터넷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책 제목에도 쿨이 등장하고 있고, 심지어 가수 이름에도 쿨이 있다. 시원하고 멋진 사람을 ‘쿨한 사람’이라고 한다. 각종 모임이나 단체에서 쿨한 사람들이 선호된다. 배우자가 바람이 나도 징징대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나 보내는 여자야말로 요즘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쿨한 여성의 모델이다. 남편의 불륜을 보고도 단호하고 침착한 표정을 잃지 않는 힐러리도 쿨하다. 마음 속 분노와 욕망을 억누르고 겉보기에 침착함을 유지하는 사람을 쿨하다고 부른다.
원래 ‘시원하다’ 라는 말은 더위에서 벗어난 쾌적한 심리 상태를 지칭하는 말임에 틀림없다. ‘춥다’ 라는 말도 더위에서 자유롭게 된 상태를 지칭하지만 쾌적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호되지 않는 것이다. 무더운 더위는 심신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하고 짜증나게 한다.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 사람들은 열대야로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불쾌지수가 높아져 주위 사람들과 다투기도 한다. 심한 폭염으로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축사의 가축은 죽어가고 심지어 사람의 생명마저 잃게 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와 같은 열대의 나라에선 40도 이상의 기온이 올라가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기도 한다. 작열하는 태양의 불볕 더위나 용광로의 열기는 가히 살인적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붓다는 이런 종류의 화염보다 더 위협적이고 치명적인 불꽃이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탐욕의 불꽃, 분노의 불꽃, 무지의 불꽃, 이 세 가지 불꽃이 가장 무서운 불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인도 불교 경전에선 이 세 가지를 삼화(三火)라고 한다.
<이티붓타카(Itivuttaka)>에서 붓다는 제자들에게 삼화(三火)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세 종류의 불꽃이 있다. 무엇이 셋인가? 탐욕의 불꽃, 증오의 불꽃, 무지의 불꽃이 그것이다. 탐욕의 불꽃은 감각적인 쾌락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서 활활 타오르고, 증오의 불꽃은 살생에 휩싸여 있는 사람들에게서 활활 타오르고, 무지의 불꽃은 붓다의 가르침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 세 종류의 불꽃을 알지 못하고 중생들은 쾌락에 빠져 자신을 해치고 있다. 밤낮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항상 부정관(不淨觀)을 닦아 탐욕의 불꽃을 끄고, 자비심을 지녀 분노의 불꽃을 끄고, 바른 지혜로 무지의 불꽃을 끈다. 3종의 불꽃을 소멸한 사람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3화는 손발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태운다. 평상시에 우리는 3화를 잘 느끼지 못한다. 3화가 우리 마음 속에 없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3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3화가 없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탐욕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지 못하고 숨어 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 탐욕의 불꽃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단 탐욕의 불꽃이 왕성하게 타오르면 탐욕의 대상을 향하여 돌진하게 된다. 이런 모습을 부처님께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탐욕으로 싸움이 일어나 서로 다치는 일을 자주 접한다. 분노의 불꽃에 휩싸여 자신과 주위 사람을 해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부부 싸움 끝에 홧김에 집에 방화하여 가족들이 모두 참사하는 경우가 분노의 불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잘 보여 주는 예이다. 무지의 불꽃은 탐욕이나 분노의 불꽃과 달리 더 은밀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더 근본적인 것이다. 어리석은 행동은 항상 무지나 오해에서 비롯된다. 어리석게도 특정 이념이나 사상을 가지게 되어 수많은 생명을 해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인종차별주의나 공산주의 등 무지의 소산으로 이것에 희생된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중생들은 3화로 마음 속을 태우며 살고 있다. 따라서 고통의 원인인 세 가지 불꽃을 없애면 고통이 사라지고 시원해지는 것이다. 마치 훨훨 타오르던 불도 그 땔감이 다하고 나면 꺼져 버리는 것과 같이 탐, 진, 치의 3화가 꺼진 것을 부처님은 열반이라 하였다. 3화를 소멸시킨 사람을 아라한 또는 붓다라고 한다. 붓다야말로 진정 시원한 열반을 성취하였으므로 쿨한 사람인 것이다. 속(마음)이 시원한 사람이 바로 쿨한 사람이지 속에선 3화를 간직하면서 외형적으로 멋지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운 여름 쿨한 사람이 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여름 선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