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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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역전의 꿈, 짜릿해?/송일호(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복권(lottery)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lotto’(행운)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기원은 로마의 초대황제인 아우구스투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황제가 연회에 참석한 귀족들에게 참가비를 걷은 뒤 그 영수증을 복권으로 삼아 추첨해 상품을 내리는 행사가 일반화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복권의 기원으로 인정되고 있다. 쉽게 말해 여러 사람에게 돈을 걷어 한 사람 또는 소수에게 대박을 터뜨려주는 것이 바로 복권의 속성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복권의 속성에 환호하며 누구나 한번쯤 달콤한 환상속에서 복권을 구입하게 된다.
복권발행의 목적은 국가재정을 위해 발행되기도 하고 군수자금의 마련을 위한 적도 있으며 올림픽과 같은 대형 행사를 위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발행되기도 한다. 따라서 복권의 발행목적은 항상 명분과 정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노름’과는 구별이 된다.
한편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박을 기대하고 한방에 인생역전을 노리며 로또복권의 경우처럼 당첨확률이 814만분의 1에 불과한, 그야말로 벼락맞을 확률보다도 적은 확률에 황홀한 장밋빛 꿈을 꾼다.
문제는 꿈이 단순히 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행운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 앞에 실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운의 주인공들의 인생은 그 순간부터 바뀌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 순간부터 평범하던 인생이 오히려 불행한 나락으로 추락하는 인생역전을 맛보게 된다.
얼마 전에 신문 지상에도 보도되었듯이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던 남녀가 로또복권에 1등으로 당첨된 뒤 여자가 혼자만의 독식을 위해 잠적해버리고 남자는 자기 몫을 찾기 위해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 두 사람이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서로 만나 인연을 맺을 확률은 분명히 로또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도 적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인연을 돈 때문에 저버리는 어리석음을 세상 사람들은 별로 질책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 엄청난 돈의 액수가 가져다 줄 인생역전에 대한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맴돌기 때문에 종적을 감춘 여자나 소송을 건 남자를 이해할 수도 있다는 눈치인 것 같다.
그런데 아쉽게도 복권에 당첨되어 종전보다 행복해졌다는 사람보다 오히려 불행해졌다는 사람이 많다는 통계가 있으니 인간사 정말 ‘새옹지마’라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그 많은 재산을 탕진하고 파산신청을 한사람이 있는가하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복권의 전액 또는 일부를 사회에 기증한 사람의 경우 복권당첨전과 비슷하거나 행복해졌다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 불가사의한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행복은 결국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아닐까. 행운으로 얻어진 재물을 자기의 것만으로 지키려는 욕심이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이웃을 위해 마음을 열고 자신의 행운을 나눈 사람은 행복해졌다는 동화 속에 나오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닌가.
달마의 관심론(觀心論)에 의하면 무명인의 마음에는 팔만사천의 번뇌와 정욕이 있는데 그 모두는 삼독(三毒)이 근본이고 삼독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마음을 잘 거두어 그릇되고 악한 것을 버리면 삼독으로부터 비롯된 삼계와 육도를 벗어나게 되는데 이를 해탈이라 하였다. 동화속의 이야기나 달마의 관심론에 나오는 말씀이나 어리석고 부족한 불자에게는 같은 얘기처럼 들린다.
200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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