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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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생명과학과 먹거리/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우리의 식탁에는 벌레 먹지 않은 채소와 먹음직스런 육류가 부족함 없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못살던 시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서 우리는 삶의 질이 높아졌음에 흡족한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 우리 식탁의 풍요로운 먹거리는 과학의 발전, 특히 생명과학의 발전에 큰 힘을 얻어 이루어졌음은 누구도 부인 할 수없다. 그렇다보니 요즈음 우리 사회는 너도 나도 열심히 과학 한국을 만들자는 목소리 일색이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것은 독립되어 생겨나지 않는다. 서로 의존하고 관계되어 나타날 뿐이다. 불제자로서 우리가 생명과학을 통해 얻은 풍요로움은 어디에 의존하고 있으며 또 이러한 상황의 결과로서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모습일 것이다. 오늘 우리의 풍요로움을 위해 사용한 인간 지식의 대상은 자연이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지식을 적용하건 우리의 존재는 자연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벗어날 수없다. 과학이나 지식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이 자명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풍요로움이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면 이러한 상황의 결과는 어떠할 것인가? 이미 그 결과는 나타나고 있다. 풍요의 달콤함에 우리가 외면하고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벌레의 흔적도 없는 야채로부터 농약을 볼 수 있으며, 잘 관리된 육류와 양식된 해산 어류는 대부분 항생물질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양식장으로부터 나오는 바닷가의 수많은 쓰레기와 더 이상 항생제에는 죽지도 않는 슈퍼 박테리아의 등장은 누구를 탓할 수 없이 우리의 풍요로움이 가져온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모르는 척 하거나 어찌 할 수 없다면서 이 상황의 노예가 되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말씀하신 부처님은 우리에게 허망한 것에 끄달리지 말고 오직 주인이 되어 살아갈 것을 가르친다. 탐착심에 빠져 눈앞의 달콤함이나 인과(因果)에 어두워 허우적대며 고통 받고 살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삶의 주인이 될 것을 선포하셨다. 지금 정부가 과학만이 살 길이라면서 앞으로만 달려 갈 때 무조건 박수를 치거나 아니면 생명과학이 주는 달콤함에 빠져 우리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아프게 하고 있는지 깨어서 되돌아보지 않으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모른 척 하거나 체념하는 것은 결코 부처님 말씀을 통해 진리의 삶을 살고자 하는 불제자의 모습이 아니다.
인간만의 욕망을 채우는 길이 아닌 너와 나,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생존할 수 있도록 현실을 직시하고, 그러한 조화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뜻이다.
중생의 고통을 보고 자비의 한 마음을 일으키신 부처님처럼 과학의 이름으로 인간의 풍요와 만족으로 희생되어 가는 자연의 아픔을 느끼며, 이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깨어 최선을 다하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요구되고 있다.
200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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