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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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한사람이 병들면 사회가 병든다/동국대(경주) 불교학과
무서운 세상이다. 엽기 소설이나 공포 영화에나 나올 만한 이야기가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공포가 엄습해 오고 정신이 번쩍 든다. 20여명을 연쇄 살인한 유영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한다. 짧은 기간에 20여명을 연쇄살인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데 있다. 이번 사건의 최대 희생자는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이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들로 십수명 실종되었는데도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유영철이 머물고 있던 오피스텔의 이웃도 그의 살인 행각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은 전형적인 도시인의 태도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간섭받기도 싫고 이웃의 일에 간여하기도 싫은 것이다.
최근 발생하는 살인 사건은 개인적인 원한이나 금전 때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불행의 원인을 사회 일반에 투영해 복수한다는 것이다. 유영철은 현대 한국인의 의식 상태의 한 단면을 표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의 행위를 정당화 하거나 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마땅히 자신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받을 것이고, 인과응보의 가르침에 의해 고통의 열매를 맛보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유영철의 범행을 계기로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연기(緣起)의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현상은 숱한 인과관계에 의해 발생하고 소멸한다. <잡아함경> 노경(蘆經)에 연기에 관한 비유가 있다. “비유하면 세 개의 갈대를 빈 땅에 세울 때 서로서로 의지해야 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만일 그 하나를 빼버리면 둘도 서지 못하고, 만일 둘을 다 빼버리면 하나도 또한 서지 못하게 되니, 서로서로 의지해야 서게 되는 것이다.”
갈대단 비유에서 부처님은 상의성(相依性)을 가르치고 있다. 나와 남은 두 개의 갈대단과 같아서 남의 존재 없이는 결코 나의 존재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상호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서로 행복하고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서로 고통을 안긴다. 사회의 기본단위인 개개인이 모두 건강해야 사회라는 몸이 건강할 수 있다.
한 개인이 병이 들었는데도 치유받지 못하면 그 병균은 곧 바로 주위 사람에게 전염된다. 제 때 치유 받지 못한 환자가 늘어나면 날수록 그 만큼 더 빨리 병균을 전염시켜 건강하던 사람도 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병든 사회에 살게 되면 건강한 사람도 결국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유영철은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 사회에 대한 적대적인 생각과 감점을 형성하게 되었고 그 병든 감정을 살인극으로 연출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반사회성 인격장애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유영철의 연쇄살인행각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글들이 적잖이 인터넷 상에 올라온다는 것은 이런 질병에 걸려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사회적인 인격장애 질병에 걸려 있는 환자들을 방치해 두면 제2, 제3의 유영철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나만, 나의 가족만 행복하기를 바라고 주위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불행의 병균을 키우는 일이다. 모든 현상은 서로 의존하여 존재한다. 한 갈대가 썩어 넘어지면 다른 갈대도 넘어진다. 불행에 병든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지면 건강한 사람도 쓰러지게 되어 있다.
<전륜성왕수행경>에 이상적인 왕이 해야 할 의무 중의 하나에 다음의 항목이 제시되고 있다. “나라에 외로운 자와 늙은이가 있거든 마땅히 물건을 주어 구제하고 가난하고 곤궁한 자가 와서 구하는 것이 있거든 절대로 거절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만약 이것이 성취되지 아니하면 여러 가지 악행이 일어난다고 경고하고 있다. “외로운 이들과 노인들이 구제되지 못했고, 신분이 낮고 빈궁한 사람들에게는 그 베풂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갈수록 빈곤해져 드디어 서로 침범하고 약탈하여 도둑이 매우 심하게 증가했다. 이에 백성들은 스스로를 방위하기 위해 마침내 칼과 활 따위의 무기를 만들어 서로 침노하고 잔인하게 해치며 공격하고 약탈하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에게 자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면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어 사회가 폭력으로 난무하게 된다. 범죄를 처벌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신과 자기 가족의 행복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서 벗어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더욱 더 보일 때이다. 아울러 겉보기에 화려한 외양에 정신을 잃지 말고 내면의 건강에 힘을 쏟아야 정신질병으로 인한 범죄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200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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