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폐지 찬반 논쟁에 불이 다시 붙었다.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 7월 15일 사형제 폐지와 종신형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을 다음달 국회에 제출키로 함에 따라 종교계와 정부간 사형제도 존폐 찬반의견이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사형제도, 사법적 살인인가. 국가질서 유지를 위한 필요악인가?” 찬반의견을 들어봤다.
진관(조계종 사형제도폐지위원장)
사형제는 곧 ‘사법 살인 행위’
사형이란 죄악이다. 어떻게 인간의 귀중한 목숨을 법이란 이름으로 죽일 수 있나. 사형은 사법의 살인이다. 관제의 살인이다. 법이란 인간이 만든 법이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의 존엄이다.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법도 소중한 법이라 할 수 없다. 법은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지금까지의 법은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법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를 부정하는 법이 됐다.
오늘에 있어서 종교는 인간의 존재를 부정하는 법을 합법화하는 역기능적인 역할을 해왔다. 고대 서양 사회에서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종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한 불살생의 이념을 근본으로 여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생명도 살생해서는 아니된다고 말씀했다.
우리는 이제 인간의 존중의 나라로 한 계단 오르게 하기 위하여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을 위한 사회가 될 수 있다. 만일에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법이란 이름으로 사형을 집행한다면 그 사회는 인간 중심의 세상이 아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인간의 생명을 지키려는 법의 존엄성을 성찰할 수 있다. 인간이란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기에, 인간을 존중하라는 법의 정신의 실현이 중요하다. 인간의 생명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제성호(중앙대 법학과 교수)
국가질서 유지 위해 존속돼야
국가경영 차원과 공공의 관점에서 사형제 폐지는 아직 시기상조다. 국가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형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범죄 억제 효과를 들 수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흉악범, 가정파괴범 등 강력범죄의 예방 효과에 사형제도가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국민의 법감정도 사형제도 폐지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는 자업자득의 이치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형제도 존치의 입장은 지난 1996년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헌재는 사형제도 존치는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라도 다른 생명 또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된다고 판결했다.
법 집행 기관인 법무부도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형제도는 형사정책적으로 흉악범죄 억제 기능이 크고 범인을 영구 격리해야 하므로 사형제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형제도는 유지돼야 한다. 최근 종교계가 사형제도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이렇게 풀 문제가 아니다. 헌법은 종교를 떠난 원칙과 제도로 국가질서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큰 틀의 원칙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