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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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고 있지 않나요 <29>
장마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옆집에선 성가신 일이 생겼다. 어디에선가 빗물이 집안으로 스며들어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나고 옷, 이불 등이 젖고 말았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마다 모든 문과 창을 열고, 옷이나 이불 등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장마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니 보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 가을에 집을 완성을 하고 이주하였기 때문에 장마비를 경험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이렇게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작년 지붕을 만들 때 제대로 치밀하게 공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주 조그마한 틈이나 구멍일지라도 빗물은 지나치지 않는다. 반드시 틈 사이로 혹은 구멍 속으로 흘러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집을 지을 때 지붕이 새지 않도록 잘 지어야 한다. 지붕에 구멍이 없으면 아무리 비가 쏟아져도 비는 집안으로 새어 들어오지 못한다. 만약 짓고 나서 틈이 발견되면 재빨리 찾아 보수해야 한다. 그냥 방치해두면 틈은 점점 커져 피해도 커지고 보수하기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마음이라는 집에 구멍이 나 있으면 언제든지 번뇌의 빗물이 스며들어올 것이다. 마음에 난 틈을 메꾸지 않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번뇌가 더 많이 들어와 마음을 그 만큼 더 더럽힐 것이다. 1분 동안 틈을 방치해 두면 1분만큼의 번뇌의 비가 고일 것이고 1시간 동안 방치해 두면 1시간 번뇌가 들어와 축적될 것이다. 방치해 두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마음은 더 더럽혀져 있어 청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게 되거나 청소하기도 더 힘들어질 것이다. 비가 새는 집을 방치해 두면 결국 그 집에서 살 수 없게되어 버려야한다. 마찬가지로 번뇌가 스며드는 것을 막지 않으면 마음은 결국 쓸모가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수시로 집을 살피고 보수해야하듯이 때때로 마음을 살펴 번뇌의 구멍을 막아야 한다. 특히 비가 오려고 할 때 더욱더 지붕을 돌보아야 하듯이 욕망의 대상이 나타날 때 마음을 더욱더 단속해야 한다.
<법구비유경>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옛날 기사굴산 뒤에 바라문의 집 70여 채가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마을로 가셨다. 그들은 거룩한 부처님의 광명 모습을 보고 모두 공경하고 복종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나무 밑에 앉아 범지들에게 물으셨다. “이 산 속에서 몇 대(代)나 살았으며 어떤 직업으로 생활을 꾸려 가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여기서 30여 대를 살았으며, 농사와 목축으로 생업을 삼고 있습니다.” 또 물으셨다. “무엇을 받들어 닦아 생사(生死)를 여의려 하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해·달·물·불을 섬기면서 때에 맞춰 제사를 지냅니다. 그래서 만일 사람이 죽을 경우 젊은이건 노인이건 모두 모여 범천(梵天)에 태어나기를 기원해 외치며 그로써 생사를 여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바라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거나 또는 해, 달, 물, 불에 제사지내거나 또는 외치거나 해서 하늘에 태어나더라도, 그것은 생사를 떠나 영원히 사는 법이 아니다. 아무리해도 28천(天)을 벗어나지 못하리니, 그것은 도(道)의 지혜가 없기 때문에 도로 윤회의 세계에 떨어지는 것이다. 오직 집을 떠나 청정한 뜻을 닦고 고요한 이치를 행해야 열반을 얻을 수 있느니라.”
70명의 바라문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출가 수행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들과 함께 정사로 돌아오시던 도중에 그들이 처자를 연모하여 각기 후퇴할 뜻이 있음을 아셨다. 게다가 때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려 바라문들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고 답답하게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아시고 길가에 있는 집안에 들어가 비를 피하였다. 그 때 지붕이 뚫어져 비가 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지붕의 새는 것을 계기로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지붕을 촘촘히 잇지 않으면/ 하늘에서 비가 올 때 새는 것처럼/ 마음을 단속해 오롯이 행하지 않으면/ 음탕한 생각이 계율을 깨뜨리리라. 지붕을 촘촘히 잘 이으면 / 비가 와도 새지 않는 것처럼 / 마음을 단속해 오롯이 행하면 / 음탕한 마음이 생기지 않으리라.“
마음을 단속하지 않으면 바로 잘못된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며, 감각적 쾌락에 빠져버릴 것이다. 일단 감각적 쾌락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이 쾌락을 만족시키려는 욕구가 점점 더 강하게 일어나게 된다. 마치 목마른 사람이 바닷물을 마셔 더욱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 만약 싫은 대상을 만나게 되면 분노가 일어나서, 남을 해치고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이런 무모한 행위는 바로 마음을 단속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마음이 술 취한 것처럼 혼미해져서 갖가지 나쁜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살아가면 마음에는 더러운 때만 쌓여 나가게 되어 악취 풍기는 구덩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200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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