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특히 <아함경>과 같은 초기 경전을 읽다보면 수행방법으로 부정관(不淨觀)에 대한 말씀이 자주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정관은 글자그대로 더러움을 관찰 한다는 뜻인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에 대해 더럽고 추한 것이라고 보는 수행입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부정관을 닦게 한 이유는 수행자로 하여금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몸에 대한 집착과 감각적 욕망을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라자가하에 시리마라고 하는 아주 아름다운 기생이 있었는데 부처님을 향한 신심이 아주 깊었습니다. 유명한 의사이며 부처님의 주치의인 지와까의 동생이기도 한 그녀는 아름다운 용모와 함께 마음도 고왔으므로 성안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여서 빔비사라왕 까지도 그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그녀가 어느 날 그만 병이 들어 죽게 되었습니다.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을 찾아뵙고 아깝게도 아름답고 신심이 거룩한 그녀가 죽었다고 전해드렸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빔비사라 왕에게 당분간 시신을 땅에 묻지 말고 잘 보호해 두라고 특별히 청을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이와 같은 청을 받은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의 말씀대로 하였습니다. 시리마가 죽은 지 사흘이 지났습니다. 살아 있을 때 그렇게 아름다웠던 그녀도 이제 더 이상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곱기만 했던 피부는 변색되어 부풀어 올랐고 악취와 함께 구멍 마다에서는 더러운 물이 흘러 나왔으며 구더기가 들끓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럴 즈음에 부처님은 비구들과 함께 묘지로 가시어 비구들로 하여금 아름다웠던 시리마의 시신을 관찰하게 하셨습니다. 이때는 빔비사라 왕도 신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함께 그녀의 썩어 가는 몸을 관찰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또다시 부탁하여 누구든지 화대 천 냥을 내고 저 죽은 시리마와 함께 하룻밤 지내보게 하라고 광고하게 하시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그같이 공지하였으나 아무도 나타나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화대를 내려 오백 냥, 백 냥, 십 냥 식으로 하여 아무것도 내지 않는 조건으로까지 하였으나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사람의 몸이란 실로 이와 같으니 이무상한 육신을 탐하고 집착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많은 대중은 감동했고 나이 많은 비구니 웃따라는 수다원과를 성취했습니다.
이 부정관 수행법을 말한다면 그냥 더러운 시체를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 단계로 수행자는 시신 앞에 앉아 위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시신의 변화 모습을 계속 바라봅니다. 그러다 이 단계에서는 그 보아왔던 시신을 집중적으로 마음에 떠올리게 되는데, 이 떠올리는 수행을 계속 하다보면 나중에는 마치 시신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나타나면서 확고한 삼매가 형성 됩니다. 이 삼매를 경험함으로써 수행자는 자신과 남의 몸에 대한 애착과 감각적 욕망이 파괴되고 종국에는 마음의 평온이 생깁니다.
<유마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