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5.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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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참스승 <중>우선주 (43·서울 봉천동)
“부처는 믿는게 아니야 마음을 알아 가는 것이지”

시누이인 스님의 스승이신 보선 스님께서는 “부처는 믿는 게 아니야. 그 마음을 알아가는 게지.” 하셨다.
“그것이 참선입니까?” 하니 그저 빙긋이 웃으시는 것이 참으로 편해 보였다. 스님의 영향탓일까 갑자기 내 마음도 편해지면서 희망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기쁨과도 같은 것이 나를 설레이게 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입원은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 참선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도 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우리 동네에 있는 관악산에는 오래된 사찰인 연주암이 있어 그 주변에 많은 선원들이 있었지만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조계사로 갔다. 한 달 후에 개강할 불교기본반과 참선입문반을 동시에 수강신청 했다. 한 달 동안 난 집에서 열심히 먹고 치료받고 운동하며 옛날의 모습을 찾으려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는 한 달 후 조계사로 가는 내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음을 지금도 생생하게 느낀다. 다섯 분의 스님이 나란히 서서 소개를 하는데 유난히 돋보이는 맑은 느낌의 스님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신청한 불교입문반의 담임스님이 아니라서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다.
참선입문반 첫날의 생소하고 낯선 분위기와 기대감은 나를 긴장시켰고 이어 조용히 들어오신 스님은 모든 의식을 마치고 법상에 돌아 앉으셨고 여전히 고요하고 맑아 보이는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아, 그 스님이시다”를 되뇌었다.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난 그때 그 첫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빛이 있어 모든 만물을 비춥니다. 빛이 꽃을 비출 땐 꽃이 드러나고, 똥을 비출 땐 똥이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똥을 비췄던 빛이 꽃을 비춘다고 해서 그 빛에서 똥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꽃향기만 가득할 뿐입니다. 똥을 비출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빛은 그저 비출 뿐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비추어진 물질이라 생각하고 이 빛을 신이라 생각하여 자신의 종교에 따라 부처로, 하나님으로, 알라로 믿고 의지하지만 이 빛은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단지 관세음으로, 예수로 나투어져 이름을 붙여 작용을 할 뿐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에도 ‘이름하여’ 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해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과 조사들도 ‘네가 부처임을 알지 못하느냐’고 한 것입니다.”
이건 무슨 소리인가? 하나님, 예수님이 빛인 줄로만 알았던 내게 내가 빛이라니….
“여러분이 빛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한사람인데 엄마도, 아내도, 딸도 되고, 도반도 되고 이렇게 여러 모습이 될 수 있는 것은 내가 비추는 빛의 형상이 나타나는 대로 그저 작용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 빛이 한 형상에 머물 수 없음은 수없이 내 앞에 순간순간 나타나는 형상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저 오는 대로 작용하여 놓고 비우기에 이를 공하다 하고 그 빛의 참 내가 주인이기 때문에 주인공이라 이름 하기도 합니다.”
스님은 빛으로, 때론 거울로, 구슬로, 호수로, 공기로, 물로 비유하시며 우리들을 두드리셨고 공함의 이치와 모든 것을 그 주인공에게 놓고 지켜봄을 설법하셨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무조건 믿고 의지하듯이 그는 하나님이고, 부처고, 알라이고 우리가 지금껏 의지하고 믿고 매달려왔던 신이고 절대자라 하셨다.
“그런 절대자가 참나인데 왜 밖에다 대고 빌고 구걸합니까? 그것은 거지나 하는 일입니다.”
나는 이렇게 한 주일마다 주시는 법문과 주인공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고 나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우울증으로부터도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약물 복용도 없이 그렇게 3년 반을 보냈다. 처음 그렇게도 믿어지지 않던 나의 뿌리인 주인공자리를 여러 번의 체험을 통해 이제 나는 확연히 믿는다.
참으로 간절히 사무치게 그를 찾았고 나름대로 나(我相)를 내려놓으며, 무엇을 하든 지극히 하려 했고 아직 둘 아닌 하나인 도리를 확연히 체험하지는 못했어도 그리하려고 노력한다.
작년 비가 몹시 퍼붓던 어느 날 좌선 중에 나는 너무도 확실히 체험했다. 눈 하나 깜박임도 나 본인이 하는 것이 아님을. 어느 것도 나의 것은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모든 것이 다 나의 것임을 알았을 때의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세상 모든 것들을 그에게 놓고 맡기고 지켜본다. 아무도 없는 공양간 스피커에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가 수없이 들린 적도 있었다. 물론 나의 내면의 소리였지만….
아직은 지금껏 살아온 나의 찌들어버린 업식이나 습기 때문에 마음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가 더 많지만 이젠 그 자리를 참으로 확연히 믿기에, 고통이 그 옛날 고통과 같지는 않다. 그저 고통을 느끼고 맛볼 뿐이다.
지금 있는 선원의 주지스님께선 어느 날 죽비를 세우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시간은 수평이라 생각하여 과거, 현재, 미래라 하지만 시간은 수직이어서 그 셋이 한 줄에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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