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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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편안하게 보냅시다/동국대(경주) 불교학과
임종 직전 어떤 생각 하느냐가 내생 결정

현대의학의 비약적인 의료기술과 기계의 발달로 과거엔 불치의 병으로 여겨졌던 질병들이 치유되고 사람의 수명도 연장되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에는 복잡한 의료 윤리문제가 잠재해 있다. 대표적인 문제로 안락사를 예로 들 수 있다. 몇 십 년 전만도 해도 안락사와 같은 문제는 심각하게 제기되지도 않았다. 의료보조장치가 없었던 시기엔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면 생명을 잃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산소호흡기 등 의료보조기구로 호흡을 유지시켜 살고 있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가족의 입장에선 환자를 계속 붙잡아 두고 싶지만 가족들에게 일차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너무 많이 안기고 가족 개개인의 생활을 희생시킨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놓여있다.
얼마 전(6월29일) 대법원은 가족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를 퇴원시켜 숨지세 한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과 관련돼 기소된 두 명의 의사들에게 살인방조죄로 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환자를 집으로 후송하고 호흡 보조장치를 제거하는 등 살인행위를 도운 점이 인정되는 만큼 살인방조범으로 처벌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는 환자를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의료 기계로 붙잡아 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환자를 무작정 붙잡아 두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되지만 과연 그것이 환자를 위하는 것일까? 환자 자신도 기계와 약물에 의존해 자신이나 가족들에게 더 이상 고통스럽게 만들고 쉽지 않을 것이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이법이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거역하면 그만큼 부자연스럽게 되고 불편하게 된다. 붓다는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을 편안하게 떠나갈 수 있도록 하라고 가르치고 잇다.
<상윳타 니카야>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마하나마라는 이름의 재가 신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격심한 중병에 걸려 있는 재가신자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처님은 임종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위로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먼저 삼보와 계덕(戒德)에 대한 신심을 확립하도록 유도한다.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침, 불법을 따르는 성인 제자들, 바른 윤리 행위의 공덕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구족하도록 환자에게 말한다. 그리고 나서 환자에게 “당신은 당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걱정됩니까?”라고 물어 보라. 만약 환자가 “그렇다”라고 대답하면 다음과 같이 응답하라. “당신이 부모를 걱정하든 걱정하지 않든, 당신은 곧 죽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부모에 대해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그가 더 이상 부모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당신은 당신의 아내와 자식이 걱정됩니까?”라고 물어 보라. 만약 환자가 “그렇다”라고 대답하면 다음과 같이 응답하라. “당신이 당신의 아내와 자식을 걱정하든 걱정하지 않든, 당신은 곧 죽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부모에 대해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그가 더 이상 아내와 자식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당신은 당신의 오욕락이 걱정됩니까?”라고 물어 보라. 만약 환자가 “그렇다” 라고 대답하면 다음과 같이 응답하라. “천상의 욕락이 더 좋으니 인간의 오욕락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천상의 세계를 굳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나서 천상의 세계 조차도 무상하여 윤회의 세계에 속한다고 말하라. 그러므로 천상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열반에 고정시켜 그것을 생각하도록 하라.”
임종을 눈앞에 둔 사람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다음 세상에도 불법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다. 따라서 불법승 삼보에 대한 믿음을 상기시키고 인과응보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하도록 해 내세에 불법을 다시 만나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임종에 즈음해 붓다의 말씀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일이다. 그 다음엔 떠나는 이로 하여금 부모 등 가족에 대한 걱정을 갖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죽는 사람이 걱정한들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므로 유가족은 죽는 이가 걱정하지 않도록 안심시킨다. 그리고 이 세상의 즐거움에 대한 미련을 남기지 않도록 해 더 좋은 천상의 세계를 생각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죽기 직전에 가장 좋은 생각은 열반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부처님은 결론짓고 있다. 이번 생애에 마지막으로 갖는 최후의식은 다음 세상에서 최초의 의식이 되므로 임종 직전에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내세의 출생을 결정지으므로 매우 중요하다. 부처님을 생각하고 모든 걱정을 버리고 떠나도록 돕는 것이 임종을 앞둔 사람을 위한 것이다.
200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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