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3 (음)
> 종합 > 기사보기
내 생명이 소중한 것처럼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풀 한 포기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는 행복하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자 한다. 자신을 해치는 폭력을 모든 생물은 두려워하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식물에 비해 붓다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뛰어 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소중하다고 부처님은 역설하고 있다. 먹이사슬에 얽혀 있는 동물들은 약육강식의 물리적인 힘의 법칙에 구속되어 있지만 인간은 도덕적인 양심을 지니고 있어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여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에게 자비를 베풀어 더불어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폭력과 살생을 일삼는다면 그런 사람은 인간의 모습을 한 악귀(惡鬼)에 불과하다.
이라크에서 참수당하기 직전 촬영된 고 김선일 씨의 절규를 방송을 통해 들은 사람들은 슬픈 감정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복면을 한 무장 괴한들이 뒤에 서 있고 김씨는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나는 살고 싶습니다(I want to live). 나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I don`t want to die). 당신의 생명은 소중합니다, 그리고 나의 생명도 소중합니다 (Your life is important and my life is important).” 이 몇 마디 외침에서 우리는 김 씨의 절박한 심정을 통감할 수 있었고 그의 말이 진실임을 공감한다. 당신에겐 당신의 생명이 소중하듯이 나에겐 나의 생명이 소중하므로 서로 해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의 소원대로 그의 생명이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국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참하게 참수 당하고 말았다.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중에 그가 피랍된 직후에 촬영된 그의 모습을 방송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납치범들에게 자신이 결코 그들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온 몸으로 설득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살생이란 폭력을 피해보려는 김 씨의 애절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잡보장경>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귀자(鬼子)의 어머니는 늙은 귀신의 왕 반사가의 아내로서 1만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모두 역사(力士)의 큰 힘이 있었다. 제일 작은 아들은 이름이 빈가라(嬪伽羅)였다. 귀자모는 흉악하고 요사하며 사나워 사람의 아이들을 잡아먹었으므로 사람들은 걱정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을 사용하여 발우로 막내아들인 빈가라를 덮어 감추었다. 막내아들을 잃고 7일간 여기저기 천하를 헤매었으나 찾지 못하자 거의 광란에 빠진 귀자모는 남들이 전하는 말에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시었다는 부처님의 명성을 듣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방문하여 자신의 아들이 어디 있는지를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1만 명의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 가운데 하나의 아들을 잃고서 그다지도 고뇌하는가. 세상 사람들은 어떤 이는 한 아이를 두고 또 어떤 이들은 다섯이나 셋을 두기도 한다. 그런데 네가 살해하였으니 그 부모들의 비통은 어떠하겠느냐.” 그러자 귀자모가 말씀드렸다. “제가 지금 만약 막내아들을 찾는다면 다시는 세상 사람들의 아이를 살해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듣고 귀자모에게 발우 밑에 있는 아들을 보게 하였다. 귀자모가 신력을 다하여 아이를 잡아당겼으나 구하지 못하자 다시 부처님께 돌아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능히 삼귀의와 오계를 받아서 수명이 마칠 때까지 살생을 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네 아이는 돌아오리라.”
귀자모는 수많은 자식을 두고 있으면서도 단 한 명의 자식이 보이지 않자 격심한 고통에 빠졌다. 다른 부모의 자식을 죽이면서도 피해자나 그 부모의 고통은 알지 못했다. 어떤 원한을 품고 그 원한과 직접 관련이 없는 아이를 죽이는 귀자모의 모습이 선량한 시민을 살해하는 이라크 테러리스트의 모습과 일치한다. 생명은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다. 돈이나 이데올로기나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자신의 이익이나 신념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위협하고 해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무고한 젊은이를 죽인 테러리스트에 온 국민이, 심지어 아랍인조차도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러리스트의 주장이 정당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지는 간단히 판정하기 어렵다. 복잡다단한 국제정치, 세계경제, 종교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군인도 아닌 외국 시민을 인질로 삼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폭력적인 방법은 절대 잘못된 것이다. 다시는 살생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귀자모는 다시 아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살생은 더 많은 폭력과 고통을 낳는다는 것을 테러리스트는 명심해야 할 일이다. 부처님께서 5계 중 불살생계를 제일 먼저 두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2004-07-07
 
 
   
   
2024. 5.2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