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일이지만 결행을 하기 쉽지 않은 일이 있다.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개선하기 힘든 일이 있다. 결행을 하였다가는 뒤따르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 예상되고,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만한 모범답안이 쉽게 나오지 않는 그러한 상황! 그러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승려 교육 개혁’의 문제일 것이다. 요즈음 현안이 되고 있는 ‘선교육 후득도’ 제도만 해도 대다수가 그 필요성은 인정 하면서도 강원과 승가대학 등등의 각 집단들 간에 이해가 상충되고, 무엇이 더 시급한가에 대한 각층의 목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루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면 이번에 출범된 ‘승가교육제도개선추진위원회’(위원장 종범스님)가 진 짐은 너무도 무겁고 크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라면 해야만 하고, 문제가 많으면 개선해야 한다.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미루고 있어서는 불교의 미래가 없다는 인식에 함께하는 것이 바로 참다운 출발점이다. 그리고 여기에 꼭 덧붙여야 할 조건이 있다. 각계각층의 주장을 적당히 얼버무리는 식의 개혁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라고 쉽게 피해갈 길만 생각하다 보면 결국 더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는다. 적절히 몇몇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개혁안이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은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이 확대되어 많은 대중들, 가능하면 모든 불자들에게까지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이야말로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유된 문제의식이 깔려 있어야 어떤 안이 확정되더라도 그 실행에의 힘을 얻을 수 있다. 한 두 집단의 반대에 부딪혀 이곳저곳을 뜯어고쳐 누더기 제도를 만들지 않고 의연하게 새로운 개혁안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다.
여러 계층과 집단이 자기의 목소리를 내되, 자신의 주장에 책임을 지고 모든 대중들 앞에 검증을 받아 그 각각이 올바른 결정을 위한 원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긴 호흡으로 많은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승속을 넘어서 지혜를 모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급하게 미봉책을 내놓기보다는 불교의 백년대계를 이룬다는 의연한 각오로 임하는 ‘승개추’가 되기를 기대한다. ■성태용(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