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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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전쟁터에서의 살인도 악업/동국대(경주) 불교학과
정치·경제적 이유로 젊은이 희생해선 안돼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숱한 전쟁이 있었고 지금도 지구촌 여기저기에선 전쟁이 진행중이다. 우리나라도 아직 전쟁의 위협 아래 있다. 사실상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의 국가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전쟁 당사국뿐만 아니라 직 간접적으로 이웃 나라에도 바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참혹하다. 인명 피해와 경제적인 손실은 막대하다. 아무리 명분이 온전할지라도 전쟁은 숱한 인명을 빼앗아간다. 따라서 어떠한 전쟁도 미화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 이렇게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피해를 끼치며 승리하더라도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패배한 자는 원한을 품고 복수할 기회를 찾는다.
마침내 며칠 전(6월 18일) 정부는 이라크에 국군을 추가 파병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추가 파병에 대한 정당 및 정치인 간의 대립, 시민 간의 이견이 여전히 하나로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정부는 8월 초에 파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부 정치인은 여전히 파병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의 전쟁터에 왜 우리나라 군인을 보내야 하는가라고 항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의 평화정착과 재건지원을 그 주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전쟁을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빨리 정착시키기 위하여 평화활동을 주로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쟁으로 파괴된 도로, 건물 등을 복구해 주며 주민들을 위한 의료활동도 한다고 한다. 한국군은 저항세력으로부터 테러 등 공격을 받을 때 방어적인 작전을 위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만일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군이 이라크에 보내진다면 어느 누구도 반대하거나 트집 잡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불이익을 가져올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국군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또는 경제적인 이유 즉, 이라크 재건 사업에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잇는 기회를 높이기 위하여 폭탄이 수시로 터지고 잇는 분쟁 지역에 젊은이를 보낸다는 것도 옳지 않다. 정치적인 고려나 경제적인 목적을 위하여 젊은 군인들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전쟁터에 우리 군인을 보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다음의 <전투활경(戰鬪活經)>은 전쟁터일 지라도 살생을 금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전사 마을의 촌장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공손히 문안드렸다. 그리고 나서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래 전에 어떤 늙고 덕 있는 전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만일 전사라면 몸에 갑옷을 껴입고 손에는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장사(將士)가 되어 선봉에 서서, 수단과 방편을 다해 원수인 적을 잘 무찌르면 그는 이 행위가 인연이 되어 전항복천(箭降伏天)에 태어난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부처님의 법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묻자, 부처님께서 두 번 세 번 그만두게 하셨는데도 오히려 질문을 그만두지 않았다.
마지못해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물을 것이니 그대는 마음대로 대답하라. 촌장이여, 그대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전사가 몸에 갑옷을 입고 전사의 선봉이 되어, 수단과 방편을 다하여 원수인 적을 잘 무찌르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어찌 상해(傷害)하려는 마음을 먼저 일으켜, 저들을 결박하고 칼을 씌워 찔러 죽이려는 마음을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싸움을 하게 되면 세 가지 악을 짓게 되나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악한 인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전항복천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쟁 중에 벌어지는 살생은 일상적인 살인과 다르게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살인은 사회 질서 및 인간 윤리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다스려진다. 그러나 전쟁에서 적군을 죽이는 것은 영웅적인 행위로 칭송된다. 적을 많이 죽이면 죽일 수록 더 큰 훈장이 주어진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전쟁터에서의 살인도 일반적인 살인과 마찬가지로 칭송 받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보면 지난 역사에서 나폴레옹은 프랑스인에겐 위대한 장군으로 칭송되었겠지만 나폴레옹 군대의 침략을 받은 나라의 국민들은 그를 살인마라고 저주했을 것이다. 이렇듯 상대적인 것이다. 개인간의 싸움이 가장 확대된 것이 국가 간의 전쟁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본질적으로 살생이라는 악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붓다는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200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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