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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 파리서 얻은 것/이강렬(극작가·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세계정상급 오페라단이 한번쯤 한국에서 공연을 가졌을 정도로 우리 공연시장은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관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오페라단의 해외방문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화지원정책의 폐쇄성과 세계 공연시장에서 프로모터할 전문가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최근 글로리아 오페라단(단장 양수화)은 문화의 본 고장인 파리 시내 모가도르 극장에서 오페라 ‘춘향전’을 공연하여 큰 호평을 받았다. 외적으로는 고속철도 개통 기념과 한·프랑스 친선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열렸지만 한국교포, 파리시민을 비롯하여 양국 문화계 인사 등이 참석하여 한국 오페라의 수준을 과시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몇 해 전 프랑스 아비뇽축제 사무국에서 한국의 공연문화를 소개하려고 직원들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한국의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주선과 추천으로 한국을 대표할 만한 공연 작품을 보게 되었다. 우리의 공연예술이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에 소개된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결국 선택된 것은 판소리였고, 사물놀이가 곁다리로 끼는 정도였다.
오랜 시간 우리의 공연예술 발전을 위한 수없이 많은 논의와 정책이 있어왔고 지원 또한 계속되어 왔다. 그럼에도 세계적 문화축제에 내놓을 만한 한국적 국가 이미지를 담은 예술 작품이 없다니….
21세기에서는 삶의 방식으로서 문화가 정치나 경제 등 인간 삶의 중요한 영역 속에 개입하여 규정력을 갖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당위적 주장이 아니라 문화가 이미 인간의 총체적 삶에 작용하는 메카니즘으로 실존하고 있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문화활동에 대한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고자할 때 시민들의 요구와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작금의 시민들의 문화수요는 점차 개성화하고 다양화하여 또한 좀더 높은 차원의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즉 예술을 소비하는 소극적인 향유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소양과 교양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존의 문화적 가치관에 대한 혁신과 개혁 없이는 이룩될 수 없다. 특히 공공 및 민간기업들과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쉽을 형성하여 문화정책의 효율성과 상호 시너지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화시대의 우리 공연예술은 강한 경쟁력이 있어야만 새로운 창조적 기능을 다할 수 있으며, 세계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예술의 정체성 있는 소재 발굴, 국제적 감각을 지닌 전문가 육성을 통해 세계화로 나아가는데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즉 미지의 세계에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이번 ‘춘향전’ 공연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해외 유명 오페라단이라는 브랜드에 의존한 무분별한 초청공연을 지양하고 새로운 창작 오페라의 소재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해외 유명작품에 의존한 기존 풍토는 한정된 소재 그리고 반복되는 공연 등으로 곧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페라 예술이 문화산업의 주류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영원한 자산가치를 가진 콘텐츠확보가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다행히 최근 ‘춘향전’ 파리공연의 호평은 오페라 산업 발전에 큰 자극과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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