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미래불교 씨앗 뿌려
“사람 관계는 항아리 같아서 한번 금이 가면 다시 붙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항아리에 금이 가기 전에 하심하고 인욕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세계가 중생이 행복하게 사는 불국토가 됩니다.”
서울 마포 석불사 회주 법운 스님은 평소에도 화합과 인욕, 하심이 불자가 가져야할 마음 자세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야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마음의 평온과 여유가 생겨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된다는 것.
그러나 스님은 평소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말 보다는 실천이 더 큰 가르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님의 이같은 신념 때문일까?
법수, 법선, 법인 스님 등 세수 80이 넘은 노장 스님을 비롯해 2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 정진하는 석불사에는 말없는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석불사 스님들은 평소 하심하시고 인욕하시며 항상 웃으시는 법운 스님을 뵐 때마다 존경심이 생기고 나도 저런 스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 화내거나 성내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1927년 강화생인 법운 스님은 고모 두 분이 출가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불교를 알게 된 스님은 9세 때 석불사 고천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5세에 은사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18세에 하동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이후 수덕사 견성암 등 전국 제방에서 수행을 했으며 6·25이후 폐허가 된 석불사 재건을 위해 은사인 천일 스님을 도와 불사에 매진했다.
1980년부터 99년까지 석불사 주지를 맡아 석불사를 비구니 청정도량으로 자리매김시키는데 주역할을 했다.
지금부터 40여 년 전 법운 스님은 아주 특별한 일을 시작했다. 당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어린이 법회를 사찰에 개설하고 법회를 손수 집전하며 미래 불교에 대한 씨앗을 뿌렸다.
지금은 최윤희 불교방송 PD 등 석불사 어린이회 출신들이 청 장년으로 성장해 청년 법회를 이끌고 있으며 다시 또 그 자녀들이 어린이 법회에 참석하는 등 2대에 걸쳐 신행활동을 할 정도로 그 열매를 맺었다.
법운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강화에도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모임인 ‘우담바라’를 창립하며 비구니 스님을 위한 활동을 했던 은사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지난해까지 20년간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조직의 내실을 다졌다. 혜춘, 광우, 진관 스님과 더불어 전국을 만행하며 화주해 전국비구니회관 건립에 일조했다.
목동청소년회관 관장 경륜(석불사 주지) 스님은 “은사 스님이 우담바라회의 회장을 역임할 때 법운 스님이 함께 일을 도왔고 주지로 소임을 살 때는 신도들이 주지 스님이 누군지 모를 정도로 전국비구니회 일에 헌신했다”며 법운 스님의 활동을 소개했다.
김두식 기자 doobi@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