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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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불량만두에 분노하는가/동국대(경주) 불교학과
음식은 많은 생명체를 희생시킨 결과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단무지의 자투리를 만두, 야채찐빵 등의 재료로 식품업체에 납품한 악덕업자에 관한 사건이 보도되면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들이 유사한 행위에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만두소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만두소 제조업자 이모 씨는 단무지 제조업체에서 단무지를 만든 다음 생기는 폐기처리용 자투리를 가져다 만두소 원료로 썼다.
이렇게 만들어진 만두소는 중국산 단무지의 자투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산으로 둔갑해 지난 99년 말부터 경찰에 적발되기 전까지 5년 동안 국내 25개 유명 만두 및 제빵업체에 납품됐다. 경찰은 문제의 만두소로 만들어진 만두와 야채찐빵은 학교급식, 군납, 대형 할인마트, 고속도로 휴게소, 분식점 등 전국적으로 유통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만두가 전국적으로 유통되다 보니 전국민이 쓰레기 원료로 만든 만두를 한두번 정도는 먹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그릇되게 돈을 버는 범죄 행위에 정말 분노하게 된다.
연일 쏟아지는 쓰레기 만두에 대한 비판 기사를 접하면서 한편으로 우리 소비자도 반성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의 경전(자육경, 子肉經)은 우리가 음식에 대해 어떠한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 지를 가르치고 있다.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하신 말씀이다. “비구는 음식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가? 비유하면 어떤 부부에게 사랑하고 늘 생각하며 보살펴 기른 외아들이 있었다. 그들은 넓은 광야를 지나려고 하다가, 양식이 떨어져 굶주림의 고통이 극에 달했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부부는 ‘이젠 너무도 사랑하는 외아들만 남았다. 만일 그 아들의 살을 먹는다면 이 험난한 곳을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세 사람 모두 죽게 할 수는 없다’고 의논하였다. 이렇게 의논한 뒤에 곧 그 아들을 죽여 슬픔을 머금고 눈물을 흘리면서 억지로 그 살을 먹고 광야를 벗어나게 된 경우와 같다. 어떠한가? 비구들아, 그 부부는 아들의 살을 함께 먹으면서, 과연 그 맛을 취하고 그 맛의 좋음과 즐거움을 탐하며 맛보겠느냐?”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다시 부처님이 물었다. “비구들아, 부부가 억지로 그 자식의 살을 먹은 것은 광야의 험난한 길을 벗어나기 위함이 아닌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음식을 먹을 때에도 마땅히 그와 같이 관찰하라. 그와 같이 관찰하면 음식에 대한 집착을 끊을 줄 알 것이요, 음식에 대한 집착을 끊을 줄 알고 나면 5욕의 대상에 대한 탐애(貪愛)가 곧 끊어질 것이다.”
이상의 이야기는 다소 잔인하게 들릴 줄 모르지만 음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자식을 죽여서라도 육신을 보존한 것은 광야를 건너가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여기서 광야란 생사 윤회의 세계를 의미한다. 음식을 먹고 육체를 보존하는 이유는 색욕 등 오욕락을 즐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아름답게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려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윤회의 세계를 넘어가기 위해 건강한 육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육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육체는 붓다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육체를 붓다의 가르침을 담는 그릇, 즉 법기(法器)로 여겨야 하는 것이다. 겉모양은 훌륭한데 그릇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탐욕, 분노, 무지로 가득차 있다면 그것은 황금으로 만든 그릇에 개밥을 넣는 것과 같다.
음식을 먹는 것은 육신의 몸을 살찌우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수행에 알맞은 몸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식탁 위에 올려지는 음식물은 많은 생명체의 희생이 깃들어 있다. 고기 반찬은 돼지나 소, 닭 등 동물을 희생시킨 것이며 신선한 생선이나 회는 물 속에 살고 있던 물고기를 죽인 것이다. 야채도 살아 있던 채소를 더 이상 살지 못하게 하여 우리 식탁에 올린 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음식은 이렇게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킨 결과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음식을 먹을 때 자신의 외아들을 잡아먹는 것과 같다’라고 생각하라 하셨다. 자식의 살을 먹으면서 맛을 즐기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아들의 희생을 가슴 아파하며 깨달음을 추구하기 위하여 더욱더 정진할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지도 실천도 하지 않는 사람이 불량 만두소 제자업자에게 화만 내고 있다면 공평하지 않을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마다 무엇을 위해 음식을 먹고 있는 지 반성하라고 오관게는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200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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