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불교계를 이끌고 있는 여성 불자들이 이달 말 한국에 집결한다. 6월 27일부터 7월 2일까지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열리는 ‘제8회 세계여성불자대회(샤캬디타)’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1987년 인도 보드가야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 대회는 ‘여성 불자의 교육과 수행:현재와 과거’라는 주제로 학술 발표와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어우러지는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61명의 세계적인 여성 불교학자들이 발제자로 나서는 이번 대회는 적지 않은 규모의 국제 행사로서, 무엇보다 한국 불교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학술 발표에서 소개될 논문들은 대부분 여성 불자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며, 특히 21세기의 중심 학문으로 부상하고 있는 불교생태학과 에코페미니즘에 관한 논문도 눈에 띈다.
그동안 한국 불교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한국에서 여성 불자의 지위는 결코 열등하지 않다. 대만을 제외하고는 한국만큼 비구니 교단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개신교나 가톨릭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한국 불교만큼 양성 평등에 근접한 종교도 없다 할 것이다. 한국의 비구니 스님은 비구 스님과 대등하게 직접 설법에 나서고 의식을 주관하는 등 활동 범위가 넓다. 비록 불교에 팔경계법이 있지만, 이 법의 본질은 남성 우월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출가에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 생존 당시 인도는 철저한 남성 중심의 사회였는데, 그 시대적·사회적 배경을 감안한다면 여성의 출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혁명적인 일이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팔경계법 개선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최근에 성공적으로 치러진 한국불교학결집대회, ‘동아시아 불교전통에서 본 한국 비구니의 삶과 수행’ 국제학술대회에 이어 열리는 세계여성불자대회가 한국 불교의 역량을 세계에 널리 알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울러 여성 불자의 역할이 한층 증대되고 불교 국가들의 교류가 더욱 확대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