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 스님(1)
포교열정 식을 줄 몰라
인사, 능력위주로 철저
아침 여섯시. 오늘은 도영 포교원장스님을 모시고 합천 해인사로 출장을 가는 날이다. 약속된 장소로 스님을 모시러 가야하니 서둘러야 한다. 사찰에서 아침 여섯시면 빠른 시간이 아니지만 직장인 처지에서 보면 이른 시간이다. 포교원으로 출퇴근하는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직장인 개념으로 생활을 해야 한다. 직책상 원장스님을 모시고 출장을 다녀야 할 때가 있다. 그러자면 미리 약속된 장소에 도착해서 어른을 기다려야 되는데, 오히려 항상 원장스님께서 먼저 기다리고 계신다. 내가 골목길로 들어가야 하는 불편을 덜게 하기 위한 배려이다. 나는 항상 서두른다고 번잡을 떨어도 매양 지각이다. 게으름과 굼뜸으로 어른을 불편하게 모시지는 않는지 매번 걱정이다.
이번에도 부지런히 서두른다고 했지만 또 늦었다. 항상 그랬듯 오늘도 도영 스님은 큰길에서 내가 오는 쪽을 향해 바라보고 서 계셨다.
서울을 벗어나면서 스님은 챙겨온 봉지에서 과일과 음료수를 꺼내 내게 건넸다. “아침도 못 먹었을 것이니 이것이라도 먹어봐.” 나는 사실 약속시간도 못 지켜 스님께서 꾸중이나 하시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웬 과일과 음료수까지 주신단 말인가? 말 그대로 송구했다.
도영 스님은 참으로 자비하신 성품을 소유하고 계시다. 내가 과일과 음료수를 받아서가 아니라 아랫사람이 어른을 모시게 되면 간식 같은 것은 아랫사람이 준비하는 게 보편적 정서다. 또 휴게소에서 다른 일을 보다가 조금 늦게 식당에 들어가면 스님은 벌써 내 밥까지 식탁에 놓고 기다리고 계신다. 윗사람에게 잘하기는 쉬워도 아랫사람에게까지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타고난 성품이 아니고서는 하기 힘들다.
도영 스님은 우리나라에서 인구 비율로 기독교인이 가장 많다는 부안, 김제의 금산사 주지 소임을 오랫동안 보셨다. 스님이 금산사 주지로 계실 때의 전북불교는 밖에서 보기에도 활발했다. 스님은 기독교의 교세와 교당이 동양에서 규모가 몇 번째 크기로 유명한 전주시 도심에 지상 4층 규모의 불교회관을 건립했다. 불자들의 원활한 신행활동을 위해서 한문으로 된 의식집을 한글로 알기 쉽고, 암송하기 쉽도록 번역해서 불자들에게 배포했다. 스님을 만나보면 부처님 법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야 된다는 전법일념으로 오로지 포교에 대한 열정의 말씀뿐이다.
그 의지가 말사 주지 임명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본사 주지로 계실때 스님이 말사 주지를 임명할 때는 그 인사기준을 포교에 대한 원력과 능력으로 정하곤 하셨다. 일반적으로 사찰의 운영과 포교에 대한 능력에 상관없이 문중에서도 법랍이 많은 스님들이 말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스님께서는 이런 현실을 용납하지 않았다. 말사주지에는 철저하게 능력위주의 스님을 임명했다. 그러다보니 지역포교가 자연스럽게 활성화 되었다.
스님은 지역사회 복지에도 관심을 쏟았다. 스님 연배의 스님들은 대부분 산중에서 화두를 들고 한적한 곳을 찾아서 법거량을 나누는 일화가 자랑스럽고, 세상사는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수행자다운 모습이라고들 인식하고 있을 때였다. 그렇지만 도영 스님은 부처님께서 “비구들이여, 이제 전도의 길을 떠나라.”는 말씀을 철칙으로 받들고 평생 동안 쉼없이 실천하고 있다.
불교는 실천하는데 생명력이 있다. 스님은 포교원장의 소임을 맡고 있는 동안에도 청년포교의 황금어장이라고 하는 군인포교에 남이 따르지 못하는 열정을 갖고 계신다. 화주에도 열정이 넘친다. 공심이 아니라면 저렇게 당당할 수도 없고, 당신 절 불사에도 군인 포교처럼 저토록 간절한 열정 내는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
도영 스님 법랍과 연세 정도면 이젠 상좌들 시중을 받고 신도들의 칭송만 들어도 부족함이 없을 텐데 하는, 신심(?) 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또 앞날을 그려 보았다. 부끄럽다. 우리 젊은이들의 생각과 열정이 도영 스님의 절반만 따라줘도 우리나라에 부처님가르침이 더욱 더 널리, 알려질 텐데 하는 아쉬움만 든다.
원장스님을 모시고 다니다 보면 나까지 저절로 수행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스님께서 이때까지 살아오신 경험담이나 가치관에 대해서 말씀하시면 그 말씀이 내 가슴속에 콕 콕 와 박히기 때문이다. 출장 갈 때 모시고 다니면서 듣는 말씀이 내게는 큰 행운이기도 하다. 스님은 아랫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웃어른도 당신의 평소모습처럼 편하게 모신다. 서울 구의동 영화사 조실이신 월주 前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도영 스님의 은사스님이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