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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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화가
마음은 감정·행동·면역 체계에 큰 영향
‘아름다운 心象’ 원하면 탐진치 먼저 버려야

불교는 다른 어떤 철학 사상이나 종교보다도 마음에 관하여 많이 가르치고 있다. 불교 공부는 한 마디로 마음 공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중요시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 의해 만들어졌다(一切唯心造)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이 말은 마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 중 창조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일상 생활을 보면 마음없이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텔레비전, 휴대폰, 컴퓨터 등 모든 기계들은 인간의 마음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만약 마음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결코 그런 제품들이 만들어 질 수 없다. 중국의 만리장성도 하나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마음은 우리의 행동과 감정의 기초가 된다. 마음은 행동을 이끌 뿐만 아니라 감정도 좌우한다. 그리고 면역체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결국 생각은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관여하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육체의 건강과 면역체계는 물론 정서적 정신적 건강, 행복과 불행, 일의 효율성과 만족, 성공에까지 영향을 준다. 육체는 의도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마음가는 대로 움직인다.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가 당신의 인격을 결정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내용이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성격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다. 사고 방식 내지 습관의 전환은 사고 내용의 변화를 의미한다.
<잡아함경>의 ‘무지경’에서 부처님은 ‘몸은 마음의 반영이다’ 라고 가르치고 있다. “마음이 번민하기 때문에 중생이 번민하게 되고, 마음이 깨끗해지기 때문에 중생들이 깨끗해지느니라. 비구들아, 나는 얼룩새(斑色鳥) 만큼 다양한 색깔을 가진 어떤 생물도 본적이 없는데 마음은 그보다 더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축생(畜生)은 마음이 갖가지이기 때문에 빛깔도 갖가지이다. 차란나새는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그와 같이, 중생의 마음이 갖가지로 뒤섞인 것도 또한 그와 같다고 나는 말한다. 왜냐하면 그 차란나새는 마음이 갖가지이기 때문에 그 색깔도 갖가지인 것이니라.” 얼룩새나 차란나새가 몸에 갖가지 색깔을 띠고 있는 것은 그 새의 마음이 그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검은 고양이는 그 마음이 검기 때문에 검은색을 띠고, 누런 황소는 그 마음이 누렇기 때문에 누런 색을, 얼룩말은 그 마음이 얼룩져 있기 때문에 알록달록하다. 우리나라 사람을 백의민족이라고 하였다. 하얀 색을 즐겨 입었다는 것은 마음이 하얗고 깨끗한 것을 지향한 것이다. 반면에 까마귀를 흉조로 여긴 것은 검어서 보기 흉했기 때문이다. 검은 색은 정결의 백색과 반대로 모든 나쁜 마음을 드러내는 색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계속하여 마음을 그림에 비유하고 있다. “마땅히 마음에 대해서 잘 사유하고 관찰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갖가지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 갖가지로 물들어 있다. 마음이 번민하기 때문에 중생이 번민하게 되고 마음이 깨끗해지기 때문에 중생이 깨끗해진다. 비유하면 화가가 잘 만든 새하얀 바탕에 여러 가지 채색을 갖추어 생각대로 갖가지 모양을 그려내는 것과 같다.” 마음이 탐욕과 증오로 얼룩져 있으면 말과 행동이 지저분해져 보기 흉하다. 마음이 사랑과 친절로 가득 차 있으면 말과 행동이 아름답고 깨끗하다. 욕정에 불타고 있는 사람의 언행은 은밀하고 보기 싫다. 나쁜 생각을 지닌 사람을 일컬어 속이 시커먼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도 몸이 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마음에 그려진 그림은 단지 단순한 그림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심상(心象, mental image), 즉 마음에 그려진 그림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과 유사한 심상의 에너지를 끌어 모은다. 마음에 도둑놈 하나를 그려 놓으면 이 도둑놈은 다른 도둑놈을 불러들인다. 도둑놈들이 서로 모의하여 도둑질을 하게 된다. 도둑놈 하나만으로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여러 명의 도둑놈과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다. 도둑질도 결국엔 마음이라는 화가가 도둑놈을 그려 놓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마음이라는 화폭에는 수많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지나간 날들을 잠시라도 기억해보면 수많은 심상들이 떠오른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최근의 일까지 숱한 그림들이 나타난다. 나에게 지우기 힘든 상처를 안겨주었던 사건이나 사람들의 그림, 나를 기쁘게 해 주었던 사람의 그림, 나를 무시하고 배신한 사람의 그림, 분노와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는 얼굴들 등등 다양한 그림들이 마음에 그려져 있다. 마음에 그려진 그림들 중엔 오해로 그려진 것들도 많다.
매일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그려진 그림을 수시로 꺼내어 채색한다. 아름다운 그림도 있지만 보이고 싶지 않는 그림도 마음이란 화폭에 그려져 있다. 화폭에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탐욕, 분노, 무지를 먼저 제거해야 한다고 부처님은 위 경전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200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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