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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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행복을 가져오는 주문/동국대(경주) 불교학과 교수
미운 사람의 행복 염원하는 자비 주문 외우자
온전한 사랑 담으면 적조차 온화하게 만들어

주문을 외우면 초능력이 생기거나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특정한 말을 외워 되풀이하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병이 낫고 자식들이 일류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주문을 외우려고 할 것이다. 모 신흥종교에선 아직도 주문의 효능을 믿으며 자신들의 교주가 하늘로부터 들은 주문을 외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가르치고 있다. 주문은 일상언어와 달리 이해되지도 않아 신비로운 느낌을 주며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주문의 효과를 믿는 사람들은 소리 그 자체가 파워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주문은 또한 그 주문에 감응하는 신들이 있기 때문에 그 신이 주문을 외우는 사람에게 힘을 가져다 준다고 믿기도 한다.
부처님 재세시에도 브라흐민교는 주문을 암송하면 행복을 얻고, 죽어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라고 믿고 있었다. 이러한 대중적인 주문의 신앙에 대항해 붓다도 제자들에게 주문을 가르쳤다. 그러나 붓다가 가르친 주문은 주술적인 주문과 달랐다. 말소리 자체가 어떤 특수한 힘을 지니거나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말의 소리 이면에 담겨 있는 의미에서 힘이 발생한다고 가르쳤다. 다른 종교들의 주문이 이성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무의미한 말들의 조합에 지나지 않지만 붓다의 주문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숫타니파타>의 <자비경>은 자신을 보호하는 호신주(護身呪, paritta)로 동남아시아 불교에서 널리 애송되고 있다. <자비경>은 능히 자신의 안녕을 지켜주고 모든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며 사고와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구제해줄 수 있는 신비한 문구로 독송되고 있다. “어떠한 생명체일지라도, 즉 강하든 약하든 모두 행복하라.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있거나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거나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아끼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내라. 또한 온 세계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를 행하라. 위로 아래로, 또는 옆으로 장애와 원한과 적의가 없는 자비를 행하라. 서 있을 때나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서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붓다가 제시한 주문은 한마디로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이 일체 중생에 대하여 자비심을 가지라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자비경>을 설하시게 된 동기는 붓다고사가 쓴 주석서에 설명되어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은 비구들은 적당한 거처를 찾아다니다 히말라야 산록에 이르렀다. 주야로 명상하기에 알맞은 나무 그늘을 골랐다. 그런데 이 거대한 나무들에는 신들이 살고 있었다. 이 나무신들은 정진하는 비구들을 존경하여 기꺼이 그 자리를 비켜주었다. 처음에 나무신들은 비구들이 기껏해야 하루나 이틀 묵어가리라 생각하고 기꺼이 불편을 참았다. 그러나 여러 날이 가도 계속 비구들이 나무 아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자, 그들은 비구들을 빨리 떠나게 하고 싶어졌다. 신들이 마침내 수행자들에게 무시무시한 모습을 나타내 보이고 끔찍한 소리를 내어 괴롭히자 수행자들은 겁에 질려 떠나게 되었다. 이윽고 그들은 사밧티에 도착하여 세존께 자신들의 끔찍한 체험을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이르셨다. “비구들이여,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 신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고 싶거든 이 <자비경>을 외우고 닦아라. 이는 명상의 주제일 뿐 아니라 호신주도 되니라.” 그리고는 세존께서 <자비경>을 읊으시자, 비구들도 세존 앞에서 따라 외운 다음 다시 온 곳으로 되돌아갔다. 비구들이 <자비경>을 암송하며 그 깊은 의미를 음미하고 명상하면서 다가가자, 신들은 비구들을 깊은 공경심으로 맞아들였다. 신들은 3개월의 우기 동안 비구들을 여러 모로 돌봐주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도 소음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주었다. 덕분에 우기가 끝났을 때엔 모든 비구들이 아라한과를 성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비의 주문을 암송하면 자신을 해치려는 독사조차도 물리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한 비구가 독사에 물려 죽은 사고가 부처님께 알려지자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자비심을 가지고 자비의 주문을 외우라고 하였다. 온전한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는 자비의 주문은 적도 온화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광폭한 코끼리가 부처님과 그 제자를 향해 돌진하고 있을 때 부처님을 피하지 아니하고 자비심을 코끼리에게 보내 날뛰던 코끼리를 유순하게 한 이야기는 자비의 주문의 효력을 보이는 것이다. 미운 사람에게 행복하라고 염원하는 자비의 주문을 외워보도록 노력해 보자.
200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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