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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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전생과 내생을 말하지 말라/동국대(경주) 불교학과 교수
자신이 지은 업에 따라 나고 죽으니 과거·미래 알려 말고 현재를 바로 보라

전생은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물론 윤회의 가르침은 붓다의 가르침 중에서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윤회의 가르침의 본의는 잊혀지고 오히려 그 가르침을 왜곡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경전은 윤회의 가르침에 대한 바른 태도를 갖게 해 줄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환생에 대한 믿음으로써 그들 자신이 얼마간 구원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윤회에 대한 믿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윤회에 대한 믿음이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에 미치는 영향이다. 바르게 윤회의 가르침을 이해한다면 그것은 훌륭한 삶을 살도록 고취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고, 우리의 생각과 말들이 미래의 삶에 옮겨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선 좋은 삶을 살고 올바른 일을 행하기만 한다면 윤회를 믿고 안 믿고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전생과 내생에 관해 궁금해 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잡아함경>의 <숙명경(宿命經)>에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다. 많은 비구들이 모여 전생에 관하여 이야기 꽂을 피우고 있었다. “너는 전생에 어떤 업(業)을 지었고 얼마나 솜씨가 좋았으며 무엇으로 생활을 했는가?” 이 때 세존께서는 선정에 들어 계시다가 천이(天耳)로 비구들이 논의하는 소리를 들으시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대중들 앞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 이에 모든 비구들은 앞에서 말했던 것을 낱낱이 세존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전생에 한 일에 관하여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것은 이치에 도움이 되지 않고, 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범행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혜도 아니고 바른 깨달음도 아니며, 열반으로 향하지도 않기 때문이니라. 너희 비구들은 마땅히 함께 이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대해 논의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이치에 도움이 되고, 법에 도움이 되며, 범행에 도움이 되고, 바른 지혜와 깨달음이며 바르게 열반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하는 호기심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상상도 해보고 용하다는 사람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붓다는 이런 것은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것으로 열반을 향한 수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훈계하고 있다. 사람들은 지나간 세월에 자신이 했던 일을 추억하며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지금 현재엔 내가 별로 볼품이 없지만 한 때는 나도 부자였고 아름다웠다 라고 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이야기한다. 이런 식으로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변명하려거나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개선하지 않으려는 나태의 심리가 있는 것이다. 붓다는 지금 직면하고 있는 고통의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삶에 대한 관심도 현재 해야 할 일을 외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래서 <잡아함경>의 <나리가경>에서 붓다는 내세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지 말라고 한다. 제자들이 얼마 전에 죽은 재가신도들의 내생이 궁금하여 여쭙자 붓다는 대답한다. “그대들은 그들의 내생에 신경 쓰지 마라. 그들이 죽고 난 뒤의 일에 대해 묻는 것은 그저 수고로움만 더할 뿐이며 유익하지 않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일에 즐겨 대답하지 않는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데 무엇이 궁금한가? 자신이 지은 업에 따라 나고 죽으니 내생이 궁금할 이유가 없다. 죽기 전 해놓은 업에 따라 태어날 것이니 본인이 본인의 내생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당신이 현재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바로 과거에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것이며, 미래의 당신은 지금 당신이 행하는 바에 달려 있다. 당신의 과거의 삶을 알고 싶으면 현재의 당신의 행동을 들여다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현재 당신의 행동을 들여다보면 될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 삼세의 인과관계를 말하고 있지만 그 중심은 현재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나의 모습은 지금까지 해 놓은 행위의 결과이며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행위는 미래의 내 모습을 결정짓는다. 지금 현재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임을 가르치는 것이 윤회 교리의 본의이다. 이런 본의를 잊어버리고 호기심 삼아 재미로 전생을 말하고 내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윤회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것이다.
200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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