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오시었다. 그분이 오신 뒤의 시간과 공간은 오시기 전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이 되었다. 무명의 어둠이 지배하던 시간과 공간은 사라졌다. 깨달음의 광명이 충만한 시간과 공간 속에 우리들은 살게 된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분이 오신 의미를 기리며 그 환희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날이 바로 이다. 모든 불자들이 부처님이 밝혀주신 진리의 빛 속에서 참다운 생명으로 살게 된 것을 감사드린다. 다시 한번 불퇴전의 정진으로 부처님이 가르치신 길을 걷겠다고 다진다. 그날이 바로 부처님오신날이다.
부처님이 오심으로써 불보살의 가피를 받는 세상에 살게 된 감사의 마음도 잊을 수 없다. 재앙과 고통의 세상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감사와 기쁨이다. 그러나 진정한 감사와 환희는 한 차원 높은 곳에서 나온다. 내가 바로 부처님을 닮은 참다운 생명으로, 진리를 추구하며 진리에 따르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을 느낄 때 나오는 감사와 기쁨이야말로 진정 부처님오신날을 장엄하는 감사와 기쁨이다. 이러한 마음을 절실하게 눈물나도록 느껴보지 않았다면 아무리 불교를 오래 믿었다 하더라도 진정한 불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부처님께 의지하여 자신의 복락을 기구하고, 그 가피력으로 재액을 물리치려는 마음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사와 기쁨, 그것을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불자이며, 바로 그 시간 거기에 부처님은 오신다. 그리고 그러한 수많은 불자들이 부처님의 뜻을 펴는 그 속에 부처님 세상은 열려가고, 거기에 부처님은 거듭 거듭 오신다.
올해의 ‘부처님오신날’, 2천만 불자들이 항상 품어오던 감사와 기쁨을 ‘함께’ 그리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축제가 되도록 하자. 그 감사와 기쁨을 타고 온 누리 모든 중생에게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광명이 전해지도록 하자. 아직도 우리 세계에 짙게 드리운 괴로움과 갈등의 어둠을, 모든 불자들이 ‘우리도 부처님같이’를 외치면서 손잡고 함께 거두어나가기를 다짐하자. 그렇게 부처님같이 살아가는 생명으로서 우리는 “하늘 위 하늘 아래 홀로 높은” 존재이며, 모든 중생들이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높다”고 선언하는 그 날이 불국토의 완성이다. 그 날을 하루 빨리 이룩하려는 크나큰 서원에 모든 불자들이 함께하는 ‘부처님오신날’이 되도록 하자. ■성태용(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