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정신은 나도 아니고 내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애착은 보통 사람들에게 뿌리깊게 박혀 있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애착보다 더 강한 것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건강하지 못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 돈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육신의 건강을 위해 온갖 보약을 구한다. 육신에 병이 생기거나 소유물을 잃으면 고통에 빠진다. 이런 고통은 근본적으로 자신이나 소유물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다.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은 사람이 나의 남편이나 자식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일 경우 절실한 고통을 느낄 수 없다. 나와 무관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가 도난 당했다는 뉴스를 접해도 상관없지만 자기 집에 있는 꽃병이 떨어져 깨어지면 마음은 아프다. 그 꽃병에 어떤 아름다은 추억이나 의미가 깃들어 있으면 그 고통은 더 깊어질 것이다. 나라는 의식과 소유의식이 있는 한 고통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자아의식이나 소유의식이 없으면 사람에겐 진정한 행복이 있을 것이다. 붓다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나(我)와 나의 것(我所)이라는 잘못된 소견이 일어날 수 있는 다섯 가지 경우가 있다. 그것은 육체(色蘊), 감정(受蘊), 인식(想蘊), 의지(行蘊), 의식(識蘊)이다. 무지해서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고 가르침을 모르는 사람은 이 다섯 가지 경우에 대해서 ‘이것은 나의 것이다’, ‘이것은 나이다’ 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집착한다. 그러나 많이 배우고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하며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그 다섯 가지에 대해서 그와 같이 생각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것이 없어졌다고 하여 바른 생각을 잃거나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아견(我見)이나 아소견(我所見)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섯가지를 애착하기 때문이라고 붓다는 먼저 밝히고 있다. 육체(色), 감정(受), 인식(想), 의지(行), 의식(識)은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오온이라고 한다. 오온을 분석해 보면 색온은 육체를, 수?상?행?식은 정신 작용을 세분한 것이다. 오온은 결국 현대인에게 익숙한 심신(心身) 분류법인 것이다. 단지 육체와 정신 중 정신 부분에 대해 더 자세히 분석해 놓은 것이다. 붓다는 사람들이 육체와 정신에 대해 나 또는 나의 것이라는 집착을 낸다고 밝힌 뒤 이런 집착이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 지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자. ‘이것이 전에는 나의 것이었는데 이제는 나의 것이 아니다. 다시 나의 소유로 만들 수는 없을까? 그래서 그는 슬퍼하고 탄식하며 가슴을 치고 운다. 이것이 외계의 사물로 인해 바른 생각을 잃거나 두려움에 떠는 일이다.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실체도 없는 〈나〉에 집착하면 항상 근심과 고통이 생기는 법이다. 내가 있다면 나의 것이 있을 것이고, 나의 것이 있다면 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와 나의 것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나라는 생각이나 나의 것이라는 생각은 반드시 고통을 초래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나의 것이라고 애착되는 사람이나 사물은 결코 변함없이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 친구도 돈도 사랑도 한 개인에게 영원히 유지되지 않는다. 변화하는 대상을 자신의 것으로 붙잡아 두려고 한다면 결국 고통을 감수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집착에서 오는 고통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붓다는 다음과 같이 처방전을 내리고 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너희 것이 아닌 것은 모두 버려라. 그것을 버리면 영원한 평안을 누릴 것이다. 너의 것이 아니란 것은 무엇인가. 물질은 너의 것이 아니다. 그 물질을 버려라. 감각은 너의 것이 아니다. 그 감각을 버려라. 생각은 너의 것이 아니다. 그 생각을 버려라. 의지 작용은 너의 것이 아니다. 그 의지 작용을 버려라. 의식은 너의 것이 아니다. 그 의식을 버려라. 어떤 사람이 이 숲 속에 와서 풀과 나뭇가지를 날라다 불사른다고 하자. 너희들은 이때 그는 우리 물건을 날라다 마음대로 불사른다고 생각하겠느냐”
나의 것이 아닌 것을 태운다고 해도 그것이 고통이 되지 않는 것처럼 내가 지금 집착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자기 아닌 것으로 보라고 가르치고 있다. 자기 아닌 것을 버리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육체나 정신은 나도 아니고 나의 것도 아니므로 이런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천하기 어려운 가르침으로 들린다. 그렇게 들리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 지나치게 육체와 정신을 나 또는 나의 것으로 여기고 있기 대문에 붓다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틈틈이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면 붓다의 말씀이 스며들 것이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