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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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노인이 되려면
최근 우리나라도 의료기술의 발달이나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연장된 탓에 노령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근대화에 따른 인구 이동과 이에 수반되는 대가족제도의 해체 및 핵가족화로 자식과 떨어져 생활하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건강이 악화되며, 의지할 곳이 마땅하지 않고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노인들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병고(病苦)로 대표되는 노인문제 이면에는 노인에 대한 천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가치관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연장자를 배려하는 예절이 줄어들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은 요즘 젊은이는 버릇이 없다고 불평한다.
노인복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일본, 미국, 유럽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는 제대로 정착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문제를 행정적인 복지제도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노인들을 의식주의 궁핍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인을 위한 복지 제도의 정착 이전에 먼저 가정의 가치관을 재정립하여 가정이나 사회에서 노인의 권위를 회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노인들의 태도도 변화되어야 한다. 노인들이 섬김 받는 입장에만 서지 말고 젊은 층을 이해하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경전에서는 산술적인 나이로 마땅히 존경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붓다가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적에 일어난 이야기이다. 존자 마하가전연은 바라나(婆羅那)의 오니지(烏泥池) 연못 가에 있었으며, 많은 비구들과 어떤 문제로 함께 모여 있었다. 그 때 나이 많고 신체가 연로한 범지가 찾아와 한쪽에 지팡이를 짚고 서서 한동안 잠자코 서 있다가, 여러 비구들에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어찌하여 연로한 사람을 보고도 인사도 하지 않고 안부도 묻지 않으며, 앉으라고 공손하게 말도 하지 않습니까?” 그 때 대중 가운데는 존자 마하가전연도 있었다. 그 때 존자 마하가전연이 그 범지에게 말했다. “우리 법에서는 연로한 사람이 올 경우, 다들 서로 말을 나누고 안부를 물으며, 공경히 예배하며 앉기를 청합니다.”
범지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이 대중 가운데는 나보다 연로한 이가 없건만, 공경히 예배하며 앉기를 청하지 않소. 그런데도 당신은 어찌 ‘우리 법에서는 연로한 이를 보면 공경히 예배하며 앉기를 청한다’고 말하오?” 존자 마하가전연이 말했다. “범지여, 혹 어떤 연로한 사람이 나이 80이나 90이 되어, 머리는 희고 이는 빠졌더라도, 만일 젊은이의 법을 가졌다면 그는 연로한 사람이 아닙니다. 또 아무리 나이가 젊어 25세쯤 되어서, 살결은 탄력있고 머리는 검어 한창 젊음과 아름다움이 넘치더라도, 연로한 이의 법을 가졌다면 그는 연로한 사람의 수에 포함됩니다.” 범지가 어떻게 나이 80이나 90이 되어도 젊은이의 법을 가졌다 하며, 또한 나이 25세쯤 되어서도 연로한 사람의 수에 포함되는 지 물었다.
존자 마하가전연이 범지에게 말했다. “다섯 가지 욕망이 있습니다. 이른바 눈은 빛깔을 분별하여 애착하고 귀는 소리를, 코는 냄새를, 혀는 맛을, 몸은 촉감을 분별하여 애착합니다. 이 다섯 가지 대상에 대해 애착을 떠나지 못하였다면, 이런 사람은 아무리 나이 80이나 90이 되어 머리는 희고 이는 빠졌더라도, 그는 젊은이의 법을 가졌다고 합니다. 또 비록 나이 25세쯤 되어 살결은 희고 머리는 검어 한창 젊고 아름다운 몸일지라도, 다섯 가지 대상에 대해 애착을 떠났으면, 이런 사람은 비록 나이가 젊어 25세쯤 되어서, 살결은 희고 머리는 검어 한창 젊고 아름다운 몸일지라도, 그는 연로한 이의 법을 성취하여 연로한 사람의 수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연장자를 존경하는 것은 아름다운 풍속이다. 그러나 단지 오래 살았다는 시간의 길이로 연장자에게 공손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지 않다.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삶의 질이 존경의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행실이 탐욕에 가득 차 있다면 결코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그 언행이 더러운 욕망에서 벗어나 있다면 마땅히 존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존경 받으려면 존경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결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이 검소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이면 주위 사람들은 아름다운 노인으로 여기고 존경하기 마련이다.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200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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