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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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보살의 법문(1)
미륵보살 출현은 대자비의 본질 강조
보리심 갖고 정진하면 한 생애에 성불

선재동자가 미륵보살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내용은 매우 길어서 <입법계품>의 사분의 일이나 되는 분량이다. 바로 앞의 선지식인 덕생동자와 유덕동녀는 ‘환술처럼 머무름(幻住)’이라고 하는 보살의 해탈 법문을 설하고 나서, 남쪽 해안(海岸)이라고 하는 나라에 대장엄 동산이 있고, 그 안에 비로자나장엄장(毘盧遮那莊嚴藏)이라는 광대한 누각이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에 미륵보살마하살이 있으니, 그에게 가서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는 법을 물으라고 선재동자에게 권했다.
미륵보살은 보살의 수행을 거의 다 완성해 다음 생에는 이 세상에 오셔서 부처가 될 일생보처(一生補處)보살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방문만을 남겨두고 있는 선재동자 구법여행의 종반부의 선지식으로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륵은 범어 ‘마이트레야(Mitreya)’를 음역한 것으로서 그 의미는 ‘자비롭다’이다. 그러므로 중국어 이름으로 ‘자씨(慈化)’라 한다. 이것은 미륵보살이 자비로움을 특징으로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가 사는 나라의 이름이 해안(海岸)인 것은 이미 부처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서 생사의 바다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머무르고 있는 동산의 이름이 ‘커다란 동산(大莊嚴)’인 것은 보살 만행(萬行)을 통해서 지혜롭고 자비로운 덕을 이미 다 갖춘 것을 나타낸다. 그 동산 속에 있는 광대한 누각의 이름이 비로자나장엄장인 것은 한량없는 지혜가 밝게 빛나는 것을 나타낸다. 이 지혜로써 모든 만행을 성취하여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덕생동자와 유덕동녀는 이러한 장엄은 “보살의 선근의 과보와 서원력(誓願力)과 교묘한 방편으로 생긴 것으로서, 부사의한 해탈에 머무는 보살은 대비심으로써 중생을 위하여 이러한 경계를 나타내며 이러한 장엄을 모으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선지식으로서 미륵보살을 들고 있는 것이다.
부사의해탈과 대비심은 바로 입법계품 전체를 통해서 나타나는 근본사상이다. 여기에서 미륵보살이 선지식으로서 등장하는 것은 앞에서 나온 선지식의 여러 가지 해탈 법문을 집결함과 동시에 보살행이 궁극적으로 대자비를 본질로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최초의 문수보살에 의해 부사의해탈의 문이 열린 이대로 문수보살의 지혜가 보살행을 수행케 해서 마침내 미륵보살의 대비(大悲)를 일으키게 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륵보살의 출현에 의해서 선지식 사상은 그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덕생동자와 유덕동녀로부터 미륵보살을 찾아가라는 가르침을 듣고 해안이라고 하는 나라로 가서 비로자나장엄장 누각의 앞에 엎드려 절하고 깊고 광대한 신해심(信解心)을 일으키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이 누각의 훌륭한 장엄을 관함으로써 그곳에 머무는 미륵보살을 비롯한 보살들의 공덕이 얼마나 광대한가를 깊이 느끼고 그것을 찬양하는 장편의 게송을 읊으면서 일심으로 미륵보살을 뵙고 공양하기를 원하였다.
그런데 미륵보살은 누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누각 밖의 다른 곳에서 오고 있었다. 선재동자를 살펴본 미륵보살은 대중에게 그의 덕을 찬탄하는 게송을 설하고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착하도다. 참된 불자여, 감관을 잘 다스려서 게으르지 않으니 오래지 않아서 모든 공덕을 구족하여 나의 몸이나 문수보살과 같이 될 것이다”라며 그를 격려했다. 이때 선재동자가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는 법을 설해주기를 청하자, 미륵보살은 먼저 도량에 모인 대중들에게 선재동자를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장자의 아들은 지난날 복성(福城)에서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점점 남쪽으로 오면서 선지식을 찾았고 백 열 선지식을 만난 뒤에 내게 왔는데 잠깐도 게으른 생각을 내지 않았다. …보리심을 내고 쉬지 아니했고, 대승의 길을 구하며 게으르지 않았다. …여러 어지신 이들이여, 다른 보살들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을 지내고야 비로소 보살의 원과 행을 만족케 하며 능히 부처님의 보리에 친근하는 것이거늘 이 장자의 아들은 한평생 동안에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교화하고 지혜로써 법계에 깊이 들어가고 모든 바라밀다를 성취하고 모든 행을 능히 넓히고 모든 큰 서원을 원만케 하고 모든 마의 업에서 뛰어나고 모든 선지식을 섬기고 모든 보살의 도를 청정히 하고 보현의 모든 행을 구족하였다.”
미륵보살의 이 법문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보리심을 발하여 한결같이 정진하면 한 생애(一生)에서 불도를 성취한다고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무량겁을 수행하여 보살행을 완성하여 불도를 성취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한 생애에서도 얼마든지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주목할만한 법문이라 할 수 있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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