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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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지팡이보다 못한 불효자/동국대(경주) 불교학과
자식들은 어버이가 건재할 때는 고마운 줄 모르고 지내다가 세상을 뜨고 나면 불효를 후회한다. 자식을 낳아 길러 봐야 부모의 은혜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어머니는 아이를 회임하면 아이의 건강을 위해 몸이 아파도 약을 먹지 않고 참는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음식이나 몸가짐을 조심한다. 출산 때 엄청난 고통을 받아 견딘다. 갓난아이의 똥오줌을 더럽다고 여기지 않고 치운다. 맛있는 음식을 자식에게 먼저 먹이고 자식이 병 나면 부모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렇듯 부모는 자식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희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모정은 유별나서 죽을 때까지 자식을 걱정한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부모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그럼에도 부모에 효양의 마음을 잊고 소홀히 하는 자가 많다. 장수 사회가 되었지만 효심이 부족해 부모가 있어서 불편해 하며 늙은 부모를 내버리는 일까지 있으니 착잡한 심경이다. 부모는 항상 자식을 생각해도 자식은 부모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불효자를 바로 잡아 준 이야기가 <잡아함경>에 전하고 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국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이때 나이 많고 몸이 쇠약한 어떤 바라문이 지팡이를 짚고 그릇을 가지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걸식하고 있었다.
부처님은 밥을 빌고 있는 노인을 보고 물었다. “당신은 나이도 많고 몸도 쇠약한데 왜 지팡이를 짚고 발우를 들고 집집마다 다니며 걸식하고 있습니까?” 노인 바라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집에 있던 재물을 아들에게 모두 물려주고 며느리를 들인 뒤에 집을 나왔습니다. 그래서 지팡이를 짚고 그릇을 들고 집집마다 다니며 밥을 비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연로한 바라문을 불쌍히 여겨 말씀하셨다. “당신은 내게서 게송 하나를 받아 외워 대중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당신의 아들을 두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받아 외울 수 있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들을 낳고선 마음이 기뻤고, 아들을 위하여 재물을 모았으며, 또 아들 위해 며느리를 들인 뒤에 나는 그것 다 버리고 집을 나왔네. 외지고 궁벽한 시골 아이는, 그런 아버지를 등지고 피하니, 사람의 얼굴에 나찰의 마음이네, 그는 늙은 아비를 버렸네. 늙은 말처럼 쓸데가 없다 하며, 보리껍질 먹이까지 빼앗았으니, 아들은 젊지만 아비는 늙어, 집집마다 다니면서 밥을 빈다네. 구부러진 지팡이가 제일이요. 아들은 사랑할 것 못되니, 나를 위해 사나운 소 막아주고, 험한 곳을 면하여 편안케 해주며, 사나운 개를 물리쳐 주고, 어두운 곳에서는 나를 붙드네. 깊은 구덩이나 빈 우물이나, 풀이나 나무나 가시밭을 피하고, 지팡이의 위력을 의지한 덕택에, 꼿꼿이 서서 넘어지지 않는다네.”
바라문은 이 게송을 기억한 뒤에 바라문 대중 가운데로 돌아가 그 아들을 두고 대중들에게 위에서 말한 게송을 읊었다. 그 아들은 부끄러워 하며 곧 그 아버지를 안고 집으로 들어가 몸을 목욕시키고 깨끗한 옷을 입힌 뒤에 정성스럽게 모셨다.
다행히 오늘 살펴본 경전에 나오는 아들은 불효의 죄를 뉘우치고 연로한 부친을 잘 받들게 되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노인은 소비만 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싫어하기 마련이다. 특히 경제적인 가치관에 익숙해져 있는 자식들은 자신의 부모조차도 모시지 않으려고 한다. 불효자를 부처님은, 인간의 탈을 쓴 마귀라고 부를 정도로 꾸짖었다.
부처님은,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깊고 큰 지를 가르치고 있다. “부모의 은혜는 아무리 착한 일을 많이 하여도 다 갚을 수 없다. 자식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얹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얹은 채 천만년 동안 옷, 음식, 약 등으로 공양하여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 부모님 덕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해와 달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부모의 은혜는 막중하니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항상 공양하고 공경하여야 한다.”
부모의 은혜를 갚기 어렵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고 불효자가 많은 것도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사회에선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핵가족화 되면서 자식을 많이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직업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기 생활에 쫓겨 마음 속으로는 부모에게 효행하고 싶어도 여러 장애로 어버이 시중을 들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 자주 뵙지는 못하더라도 자주 전화로라도 안부를 여쭙는 것이 도리이다.
부모가 건재해 계시면 진심으로 효양을 다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게 해 드리는 것이 불교인의 진정한 효라 할 것이다.
200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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