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감각 주시, 無常 자각
미국 캘리포니아 조슈아에 위치한 ‘담마데나 사막 위빠사나 센터’(Dhamma Dena Desert Vipassana Center)의 설립자인 루스 데니슨(81·Ruth Denison) 법사의 통찰 명상은 신체를 통해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기법을 포함한다. 이것은 지각되는 감각의 끊임없는 변화 및 활동에 특별한 주시를 기울여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를 자각하는 방법이다.
루스 법사는 1958년 LA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서클 친구와 결혼하게 되었다. 남자 친구는 결혼 전에 힌두교의 베단타 사문이었는데, 결혼 후에는 사원을 떠났다. 남편은 선시(禪詩)에 관심이 많던 앨런 와츠(Alan Watts)와 친구여서 루스 법사도 자연스럽게 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러한 인연은 루스 법사가 선과 위빠사나를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1960년 루스 법사는 남편과 함께 다양한 수행법을 직접 접해 보기 위해 일본,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잠깐씩 머물며 불교 명상법을 배웠다. 그리고 마침내 미얀마에 도착한 루스 부부는 마하시(Mahasi) 스님의 사원에서 본격적인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했다. 여기서 그녀는 비로소 고통스런 좌선 시간이 자연스러운 즐거움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하시센터에서 얼마간 수행한 후 그녀는 영어를 잘 하고 재가자들이 수행하기에 보다 좋은 여건을 제공하는 우바킨 법사의 수행처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여기서 그녀는 위빠나사 명상의 한층 깊은 경지를 체험하게 되며 우바킨 법사를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우바킨 법사는 몸의 감각을 항상 마음챙김 할 것을 강조했으며 그녀는 충실히 그의 가르침을 실행했다. 그녀는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대한 바른 알아차림과 정확한 이해를 하게 됨으로써 삼매(집중)의 수준은 더욱 깊어졌으며 명상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1960년대 중반, 그녀는 일본으로 가서 1년간 야마다(Yamada) 노사와 소엔(Soen) 노사, 야수타니(Yasutani) 노사로부터 선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일본의 좌선 수행은 매우 엄격했지만 루스 법사는 그들이 요구하는 청규(淸規)를 좋아하고 무난히 지켜내었다. 그녀는 IMS(Insight Meditation Society) 편집장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수행자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무자(無字)’공안으로 정진했습니다. ‘무’자 화두는 아주 강력한 힘이 있어서 마음과 몸뚱어리를 분리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소엔 노사는 선이 나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다시 위빠사나 명상을 하도록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는 화두를 들지 않고 묵묵히 앉아 모든 생각을 끊고 하는 조동종 선법인 ‘지관타좌(只管打坐)’를 가르쳐 주었는데, 이 선법이 화두 공부로 흐트러진 나의 에너지와 신체 상태를 정상적으로 돌려놓았습니다.” (www.dharma.org)
우바킨 법사는 1971년 입적하기 얼마 전에 다섯 명의 외국인에게 위빠사나를 지도해도 좋다는 증명서를 써주었는데,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루스 법사가 이것을 받았다. 그녀는 이때부터 각국의 선원에서 명상을 지도하기 시작했는데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영국, 스위스,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등 그녀를 찾는 어느 곳이든 달려가 통찰명상을 지도했다.
그러나 81세의 고령에 접어든 그녀는 요즘 거의 외부 강연을 하지 않고 미국 캘리포니아 담마데나센터에서 찾아오는 수행자들 위주로 지도하고 있다. 때론는 선사들에게 선을 지도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남-북방 수행법의 교류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