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용천역 폭발 참사로 희생된 많은 이들 앞에 가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는 현장은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합니다. 다쳐서 누워 있는 학생들을 보면 붕대가 없어서 천으로 싸매고 있거나 안대가 없어서 일반천을 사용한 모습, 붕대, 반창고 등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대충 싸매다 만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이것이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한의 현실입니다.
이번 용천역 폭발 참사가 아니더라도 북한 내에서는 치료할 의약품이 거의 없고, 링거줄이나 1회용 주사기도 2~3회씩 사용하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먹을 것은 턱없이 부족하고, 산에는 나무가 없어 벌거숭이 산이 되어 있습니다. 땅은 경작을 하지 못해 황폐화되어 있고, 대부분의 기계들은 20년이 넘은 골동품입니다. 그것도 기름이 없어서 작동하지 못하고 서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번 용천역 폭발 참사도 낙후된 북한사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가슴 아픈 상황들을 접하면서 오랜만에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북녘의 동포들을 돕자고 발벗고 나섰습니다.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그동안의 대북지원은 정부와 종교·민간단체가 앞장서서 지원을 하고 국민들은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또는 지원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하면서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참사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우리의 이웃, 북한을 돕자고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숱한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정부와 종교·민간단체가 묵묵히 지원해왔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진행해 왔던 도움의 손길이 모여 어느 순간에 한 목소리가 된 것처럼, 이 목소리가 모여 남북의 통일로 나아가리라 생각 됩니다.
아직은 주는 우리의 모습이나 받는 북한의 모습이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물자는 받지만 인력지원이나 수송을 육로로 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주민들이 동요될 것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남한 내에서도 혹시 너무 많이 주는게 아닌지, 이 지원품들이 정부관리나 다른 곳에 쓰이지는 않는지 의구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남북한의 상반된 태도가 이해는 되지만 우리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모습들이 하나씩 하나씩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열악하고 폐쇄된 현실을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북한주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남한도 이번처럼 긴급한 경우에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지원하면서 이것이 바로 쓰이느냐 다른 곳에 쓰이느냐고 의심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 참사 희생자와 부상자에 대한 구호는 아무런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당하는 동포들에게 도움을 주는 손길 앞에서 손익을 계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느 때보다 무주상보시가 절실한 때입니다.
우리가 보다 더 북한을 포용할 때 비로소 통일을 향해 한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비록 안타까운 소식이긴 하지만 이번 룡천역 폭발 참사를 계기로 남북한이 서로 믿고 화합하여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비와 사랑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