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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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를 불러들이는 것
유유상종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비슷한 것끼리 어울리는 원리를 말한 것이다. 생태계를 살펴보면 같은 종류의 생물들이 어울리며 살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양이는 고양이끼리, 토끼는 토끼끼리 무리 지어 산다. 쥐가 고양이와 함께 어울리며 살 수 없다. 사람들도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면서 산다. 학자들은 학자끼리, 사업가는 사업가끼리, 학생은 학생끼리, 범죄자는 범죄자끼리 사귄다. 범죄자가 학자들 사이에 있으면 불편하고 경찰들 사이에 있으면 불안하다. 비슷한 성격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마련이다.
붓다는 <잡아함경>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중생들은 늘 경계와 함께 하며 경계와 화합한다. 어떤 것이 경계와 함께 화합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이른바 중생들은 착하지 않은 마음일 때는 좋지 않은 경계와 화합하고, 착한 마음일 때는 좋은 경계와 화합하며, 비천한 마음일 때는 비천한 경계와 화합하고, 수승(殊勝)한 마음일 때는 수승한 경계와 함께 화합한다.”
마음의 상태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외부 경계의 상태와 상응하고 화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마음 속에 남을 해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외부에서 폭력의 에너지가 상응한다는 것이다. 나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증오심은 외부의 증오심과 상응하고 결합하여 더 큰 증오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식으로 증오심이 서로서로 결합하면 그 힘이 강대해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저주의 욕설이나 살인으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반대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외부에서 사랑의 에너지가 화합한다. 내가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도 사랑으로 화답한다. 내가 진심으로 친절을 베풀면 상대방도 친절로 화답한다.
붓다는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끼리 서로 모인다는 법칙을 제자들이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대가섭과 그의 제자들은 모두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알며, 두타(頭陀) 고행을 실천하기를 좋아한다. 사리불과 그의 제자들은 모두 큰 지혜와 변재(辯才)를 갖춘 자들이다. 대목건련과 그의 제자들은 모두 큰 신통력을 갖춘 자들이다. 아나율다와 그의 제자들은 모두 천안(天眼)이 밝고 투철한 자들이다. 우바리와 그의 제자들은 율행(律行)에 통달한 자들이다. 아난과 그의 제자들은 모두 많이 듣고 잘 기억하는 자들이다. 제바달다와 그의 제자들은 모두 온갖 악행을 익히는 자들이다.”
붓다의 제자 중 가섭은 고행을 가장 잘 수행하였다. 고행을 중시하는 수행자들은 가섭을 중심으로 모이고 지혜를 중시하는 제자들은 지혜 제일로 여겨진 사리불을 중심으로 모여 수행한 것이다. 붓다의 십대제자들은 각각 개성이 뚜렷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기질과 가장 잘 맞는 스승을 찾아 함께 수행했다.
붓다의 십대제자와 달리 제바달다는 불교 역사상 가장 사악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붓다를 해치려고 했으며 화합 승단에 분열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게 사악한 짓을 일삼는 사람들은 제바달다를 중심으로 모였던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을 따라 항상 선행을 하는 제자들은 제바달다와 어울릴 수 없는 것이다. 물이 기름과 잘 섞일 수 없는 것과 같다.
동류가 아닌 것은 서로 반발하는 것이다. 선한 마음은 결코 악한 마음과 함께 공존할 수 없다. 선한 사람은 결코 사악한 사람과 깊게 사귈 수 없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으면 가장 가까이 하는 친구를 보면 된다. 자기 마음에 맞다는 것은 서로 마음이 상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유유상종의 법칙은 자기 자신이나 자기의 주위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은, 자신의 마음의 상태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밖으로부터 불행이라고 하는 불청객이 왔다 라고 생각한다. 자기에게는 어떤 허물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부딪쳐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행이라는 놈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불행한 일을 당해서 자신이 괴롭게 되는 것은 그 불행과 자기의 마음의 상태가 유사성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끌어 잡아당기듯이 끼리끼리 모이게 된 것이다.
똥파리는 똥 냄새 때문에 똥으로 날아간 것이다. 똥이 똥파리가 좋아하는 냄새로 초대한 것이다. 자기 마음이 부르지 않은 것은 결코 자기에게로 다가와 머물 수 없다. 불행이라고 하는 것도 자기의 마음과 유사성이 없는 것이면 자기에게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자기의 마음의 상태가 불행과는 반대의 맑은 상태에 있다고 한다면, 설령 불행의 한복판에 있다고 하더라도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이다.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200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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