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추진돼 온 경부고속철도 부산-경남구간 건설사업은 사업 타당성과 안전성, 환경적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사업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속철도 건설공단은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형식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 중단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재협의와 재평가, 문화재보호구역 협의 등 법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사업을 강행했다.
그리하여 불교계와 환경단체들의 문제제기 및 재검토작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부실과 절차상 하자를 문제로 이른바 ‘도룡뇽 소송’이라 불리는 자연물 권리소송이 제기됐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간이 아닌 자연물 소송이라는 점에서 ‘인간 이외의 생명체가 자연물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과 환경에 대한 인간의 새로운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도롱뇽 소송에 대해서 절차상의 하자와 미비점이 인정한다 하더라도 자연물인 도롱뇽이나 이를 대신하는 환경단체들도 사법상 권리의 주체가 될 수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좁은 의미의 법률적 해석으로서 오히려 현행 환경법체계를 수십 년 후퇴시키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일부 사법당국의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판단되며,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심한 의구감을 갖게 된다.
오늘날 주요 선진국의 법체계는 자연물의 소송주체로서의 자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자연물을 대변한 환경단체나 이해당사자들의 소송권리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인정하여 왔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 재판부의 환경에 대한 무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현행법상의 법적인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소송주체의 권리여부만을 가지고 판결을 내린 점은 법원스스로 불법적인 관행을 묵인해 준 판례라고 할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1960~70년대의 개발위주의 잘못된 관행을 21세기인 지금에 와서도 추인해 주고 있는 한 단면이라는 사실에서 다시금 환경에 대한 법원의 관심을 촉구하며, 상급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