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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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천미희(부산 주재 기자)
비록 육신은 허망하다 해도 오직 은혜로운 보시의 복은 있어 자기를 따르는 양식되나니. 감관을 잘 거두어 단속하고 선정을 닦는 공덕을 의지하여 돈이나 재물, 또 음식을 그 힘 따라 보시하고 잠에서 깨어나면 그것은 헛되이 산 것이 아니니라. <잡아함 노사경>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연기자 김혜자 씨가 굶주림의 대륙 아프리카, 그 대륙의 곳곳에서 굶어 죽어 가는 아이들을 만나고 눈물로 쓴 책의 이름이다. 10년 세월을 아프리카 대륙을 뒤덮고 있는 기아와 전쟁의 고통을 지켜보며 쓴 <꽃으로도…>는 요즘 화제인데,책을 읽는 내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린 긴 눈물과 그 뒤의 두통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멀리 아프리카로 날아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도 1997년말 닥친 IMF 위기 이후 17만 명의 어린이들이 끼니를 거르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배를 곯고 있는 사이, 먹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 2천 톤을 넘어섰고 이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5조원, 그 처리비용만도 4천억 원이 넘는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 통계 수치는 이웃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을 웅변할 뿐이다.
정작 두려운 것은 바로 무감각이다.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무감각하면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좌표를 잃게 되고, 바른 지향점을 찾아나갈 수도 없다. 육신의 허망함을 자각하고 감관을 잘 거두어 단속하고 전정을 닦는 정진이 있을 때라야 나를 둘러싼 세상의 실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그때라야 당장 밥을 굶는 사람에겐 한끼 밥을, 마음의 고통에 허덕이는 사람에게는 한마디의 말이라도 위로를 줄 수 있게 된다. 바른 안목을 키우는 정진과 바른 행으로 나의 무감각을 깨워야 할 때다.
200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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