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은 씨가 1975년 펴낸 <한용운 평전>이 새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도화선은 법보신문 이재형 차장이 <불교평론> 2004년 봄호에 게재한 ‘고은의 만해론을 비판한다’란 제목의 논단. 이 씨는 이 글에서 “고은 씨는 만해 스님을 열등감의 소유자이며 순수하지 못한 승려로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은 씨는 이 책에 대해 “만해의 인간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을 뿐”이라고 말한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고은 씨의 만해 스님에 대한 평가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가 제1회 만해시문학상 수상자이자 만해축전의 대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고은 씨가 책에서 만해 스님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만해축전의 대회장으로서 도덕적 이중성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30여 년 전 자신의 가치평가가 담긴 글을 수정이나 해명 없이 재발간한 것도 독자들이 만해 스님을 잘못 이해하게 할 수 있는 책임 없는 행동으로 비쳐진다.
고은 씨는 지금이라도 분명한 해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