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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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내도 줄지 않는 연못 ‘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두 축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어느 사회제도에서나 돈이 필요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없으면 문자 그대로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음식을 살 돈이 없어 며칠 굶주리다가 돈을 마련하기 위해 택시 강도로 돌변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돈은 물질적인 사회에선 피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온 종일 온갖 굳은 일을 감내하는 것이다.
갖은 수고를 하며 번 돈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처럼 보인다. 힘들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이 금전적인 보시를 하면 사람들이 존경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에만 몰두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돈을 모으는 재미에만 빠져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돈은 적절히 사용되어져야 하는 도구에 불과한 것인데 인생의 목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가진 재산이 많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베푸는 데 인색한 사람이 되고 만다. 보시를 베풀면 자신의 재산이 줄어들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인색하기 짝이 없는 노랭이가 되고 만다. 이런 마음을 고쳐주는 경전이 있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붓다가 사위성에 머물고 있을 때 코살라의 국왕인 파세나디가 한낮에 붓다를 방문하였다. 붓다가 왕에게 어디를 갔다 왔느냐고 묻자 왕이 대답하였다. “거대한 재산을 가진 거부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에겐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 재산을 모두 왕실에 거두어 들이고 온 것입니다. 금은 보화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거부는 쌀겨가 섞인 죽을 먹고 헤어진 천 조각으로 꿰매어 만든 옷을 걸치고 오래되어 잘 움직이지도 않는 수레를 타고 다녔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간혹 보고 구두쇠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을 사용하지도 않고 심지어 자신을 위해서도 사용하지 않고 돈만 모으고 있는 것이다.
붓다는 재산을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가르쳤다. “탐욕심이 많은 사람은 막대한 재산을 가졌어도 스스로 즐기지 않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모, 형제, 처자까지도 즐겁게 하지 않는다. 종교 수행자에게도 보시하지 않으며 천상에 태어나기 위한 보시도 하지 않는다. 바르게 사용되지 않은 재산은 도둑에게 강탈 당하기도 하고 물이나 불의 재앙으로 순식간에 잃게 되기도 하고 원하지 않은 상속자에게 빼앗기게 된다. 비유하면 깨끗하고 감미로운 연못의 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연못의 물을 나르지도 아니하고 마시지도 않고 그냥 방치해 두면 무엇에도 소용이 없다.”
연못의 물은 여러 사람이 사용하더라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낙엽이나 흙에 의해 연못은 더렵혀지고 메워지고 만다. 고인 물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사람들이 수시로 사용하면 연못의 물은 순환이 되어 항상 깨끗하다. 사람들은 그 연못에 대해 감사하며 잘 보호하므로 훼손당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간직하고 남에게 주려고 하지 않는다. 남에게 주면 준 만큼 손실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돈 때문에 사이가 불편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붓다는 재산이란 연못의 물과 같아서 여러 사람과 바르게 나누어 사용하여도 줄지 않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나가면 나간만큼 다시 들어온다는 것이다. 베풀면 베푼 만큼 다시 들어온다는 가르침은 실천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재산을 바르게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산은 목숨을 걸고 추구해야 할 만큼 가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주받아야 할 대상도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부자가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당하게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과 사람을 속여 만든 재산이므로 깨끗하지 못하다. 그리고 또한 제대로 돈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편법으로 물려주는 것에 관심이 있고 사회 전체의 복지를 위한 일에 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붓다는 재산이 있어야 자신의 육신을 보존할 수 있고 중생들에게 보시할 수 있다고 금전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았다. 재산이 이 한계를 넘어서 인간을 지배하게 되면 돈 때문에 살인사건까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돈은 선행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새겨 금전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될 것이다. 동국대 불교학과(경주)교수
200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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