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플힐 선원서 일상禪 전파
“당신이 좌선할 때는 오로지 좌선만 하십시오. 깨달음이나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아침을 먹을 때는 앞에 놓인 음식에만 집중하고 먹고 있는 그 마음을 깨달으세요. 당신이 쉬고 있을 때는 오로지 쉬기만 하세요. 그대가 좌선할 때는 좌선만 하고 그대가 일할 때는 일만 하십시오.”(http://www.int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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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 캐롤라이너에 위치한 채플힐선원(Chapel Hill Zen Center)의 패트리샤 펠런(Patricia Phelan) 선원장은 ‘좌선할 때는 앉기만 하고 일할 때는 일만하라’는 전통적인 일상선(日常禪)을 표방한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는 백장 선사의 가풍을 현대에 드날리고 있는 펠런 법사의 가르침은 생활인, 특히 도시민들의 모든 행위에 적용될 수 있는 수행법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일상 속에서 평상심(平常心)을 갖고 매사에 대처해 나갈 경우 생활인들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건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 참선하기 위해 산속에 위치한 선원을 찾을 필요가 없으며, 수행 역시 명상에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펠런 법사는 이러한 일상선과 함께 ‘우리는 이미 부처이기에 어떤 여건에서도 부처행을 하고 있다’는 ‘본래부처’를 강조한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는 단지 수행을 통해 참된 본성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강조한다.
“불교는 우리가 깨달았든, 깨닫지 못했든 이미 부처라고 가르칩니다. ‘깨닫다(Realize)’라는 말은 ‘실현하다(to make real)’란 의미입니다. 불교에서의 깨달음은 발생한 어떤 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마음 또는 지각에 관한 어떤 것입니다. 그래서 깨달음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골수, 뼈, 머리카락까지 관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좌선을 할 때 어떤 생각을 멈추려 하지 말고 우리가 가진 신념이나 옳다고 여기는 견해를 내려놓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좌선을 통한 결과가 우리의 살과 뼈로 스며들 수 있을 것입니다.”
펠런이 좌선을 시작한 것은 1969년 오리곤에서 였다. 71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사간 그녀는 타사자라선원에서 몇 년간 머물며 정진했다. 91년 10월 채플힐선원의 선원장에 임명될 때까지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선원에서 20여년간 수행하며 지도법사와 기숙사 사감을 맡았다. 펠런은 77년 순류 스즈끼(Shunryu Suzuki) 선사의 후계자인 리처드 베이커 선사(샌프란시스코선원장 역임)로부터 계를 받았다. 그후 그녀는 스즈끼 선사의 또 다른 제자인 소준 멜 와이츠먼과 렙 앤더슨과 함께 수행했다. 그리고 하와이에 있는 금강사원의 로버트 아이큰 노사와 함께 정진하기도 했다. 95년 마침내 그녀는 버클리선원장인 소준 와이츠먼으로부터 전법(傳法)을 받았다. 자신만의 내적 여행과 더불어 오랜 불교 공부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는 그녀의 설법은 전적으로 스즈끼 선사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조동종의 스님인 스즈끼 선사는 1959년 세수 55세에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퇴폐문화가 범람하던 곳에 좌선을 행하는 정통 선불교를 전했다. 13세기 도겐 스님의 직계후손이었던 그는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다수의 선원을 설립하였고 60~70년대에 미국에 불교를 전한 선구적인 인물에 속한다. 조용하고 소박한 성품에 작은 체구를 지닌 스즈끼 선사는 LSD 같은 마약을 통한 심령 실험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반문화의 중심 도시에 도심 선원을 차리고는 참된 정신의 변화와 마음의 광대함을 체험하고 싶다면 마약 대신 좌선을 해보라고 미국인들에게 권유했다. (계속)
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