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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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下)
공동체 회복에서 희망 찾아

“라다크에서는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는 말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내면이 무엇을 느끼고 만들면서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죠.”(‘오래된 미래’ 중에서)
지난 해 12월 8일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의 저자이자 생태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 여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도법, 수경, 지율 스님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불기 시작한 불교환경운동의 바람이 이국 땅에까지 몰아친 탓일까. “세계화의 허구를 벗어나 ‘작은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연대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그녀의 방한 목적이었다. 호지 여사는 “한국은 서구사회에 비해 전통적 삶의 방식, 공동체에 대한 기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만큼 아직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나라”라는 기대감도 나타내었다.
그녀는 잇단 국내 강연에서 순수한 공동체가 세계화로 인해 분열되어 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히말라야의 오지 라다크에서 종교적인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근대화 이후입니다. 대부분의 라다크인들이 불교를 믿지만 현대문명이 들어오기 전까지 소수의 이슬람교도나 기독교인들과 무리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문화가 유입되고 실업문제가 발생하면서 라다크인들은 어느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갈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라다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세계화의 허구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질서’를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12월 10일 서강대 강연장에서 그녀는 “공동체적 질서의 회복만이 현대문명과 기존질서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치유할 수 있다”며 일방 통행식의 세계화에 따른 문제를 지적했다.
하루 전 서울 인사동 느티나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호지 여사는 “세계화와 경제개발은 상품의 대량생산을 가져왔고, 이는 보다 많은 실업과 보다 많은 에너지 손실, 보다 커다란 상대적 빈곤, 무분별한 에너지 개발로 인한 질병과 환경파괴라는 문제들을 만들어냈다”며 현대사회의 개발지향적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갖춰야 할 몇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첫 번째 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 속에서 함께 노래하고 일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자연과 더불어 숨쉬고 살아 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현대인들이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명상’을 제시했다. 특히 그녀는 “최근 많은 현대인들이 명상이라는 방법을 통해 내면적인 평화와 행복을 찾는데 성공하고 있다”며 “현대문명 속에서 사람들은 보다 짧은 시간동안 보다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정작 인간이 가장 행복해지는 순간은 두뇌활동을 멈추고 자신의 호흡을 들여다볼 때”라고 설명했다.
호지 여사는 지난 86년 환경분야의 노벨상에 버금가는 ‘바른 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수상했다. 현재도 일년의 반을 라다크에서 보내며 현대 산업사회의 토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등한 삶의 방식의 실현에 필요한 원칙을 모색하는 데 헌신하고 있는 그녀는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를 설립하여 불교 생태운동을 이끌고 있다.
김재경 기자
200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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